[평창패럴림픽 개막]평창패럴림픽 열흘간 열전 돌입
‘열정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주제… 역대 최대 49개국 선수 570명 참가
북한 34번째-한국 49번째 입장
성화 점화대 앞에 놓인 경사진 슬로프 위에 한 가닥 줄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가 그 줄을 잡고 힘겹게 오르기 시작했다. 등에는 타오르는 성화를 멘 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오르는 그의 왼쪽 다리는 의족이었다. 절뚝거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슬로프를 끝까지 오른 그는 성화대 앞에 서 있는 최종 점화자에게 성화를 건넸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주장 한민수(48)였다. 30세 때 뒤늦게 골수염을 앓아 한쪽 다리를 잘라낸 그였다.
거친 숨을 몰아쉰 한민수로부터 성화를 건네받은 이의 얼굴이 조명 속에 드러나자 관중석에서 일제히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낳은 스타인 컬링 여자 대표팀 ‘팀 킴’의 주장 김은정이었기 때문이다. 김은정은 휠체어컬링 대표팀 주장 서순석과 함께 나란히 성화대 앞에 섰다. 김은정은 서순석이 탄 휠체어를 밀어 성화대 앞으로 갔고 둘은 함께 점화 지점에 불을 붙였다.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의 성화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행’을 통해 활활 타올랐다.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패럴림픽 개회식 성화 점화는 고난을 극복한 장애인들의 열정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이 연출됐다. 장애인노르딕스키 대표 최보규와 북한 노르딕스키 선수 마유철이 함께 성화봉을 들고 스타디움에 들어섰다. 이후 한국 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 여자 1호 국가대표 서보라미, 희귀 난치병으로 온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장애를 가진 박은총 군과 아버지 박지훈 씨, 알파인스키 양재림과 가이드러너 고운소리 등을 통해 전달됐다. 미끄럼틀 모양의 슬로프 계단을 절반쯤 올라간 양재림과 고운소리는 한민수가 등에 멘 특수 백팩에 성화봉을 꽂았다. 한민수는 의족을 낀 채 성화대까지 암벽 등반을 하듯 올라갔다.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한민수의 모습에 관중은 큰 박수를 보냈다.
‘열정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Passion Moves Us)’란 주제를 내세운 패럴림픽 개회식은 영상 속에서 장애인아이스하키 선수가 날린 ‘불꽃 퍽’이 스타디움에 투사되면서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피겨 스타 김연아, 이희범 대회조직위원장 등이 개회식을 지켜봤다. 휠체어장애인으로 구성된 18명의 휠체어합창단이 애국가를 불렀고, 시각장애 가수 이소정이 은하수의 꿈과 희망을 담아 연못에서 노래를 부르는 내용의 공연이 펼쳐졌다.
선수단은 한글 자음 순서에 따라 입장했다. 그리스가 가장 먼저 입장했고 북한이 34번째, 한국은 개최국으로서 가장 마지막인 49번째로 입장했다. 성화가 점화된 이후에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가수 소향, 장애를 극복한 댄스 듀오 클론의 열정적인 무대가 펼쳐지며 뜨거운 무대를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대인 49개국 570명이 참가한다. 18일까지 선수단을 비출 성화 아래서 관중과 선수들은 다함께 열정 속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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