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0일,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탄핵심판 결정문을 낭독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은 대통령직을 상실했다. 8 대 0, 역사적 결단을 내리는 데 이의를 제기한 헌법재판관은 한 명도 없었다. 그로부터 1년, 현직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했던 이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들의 근황을 살펴봤다.
○ 모교로 돌아간 박한철, 이정미 재판관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은 선고를 한 달여 앞둔 지난해 1월 31일 퇴임했다. 취재진을 피해 두 달을 은거한 박 전 소장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로 임용돼 지난해 9월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박 전 소장은 이번 학기에는 ‘헌법 기본 판례 연구’ 수업을 맡아 학생 30명을 대상으로 헌법 판례 분석 등을 가르친다. 커리큘럼에는 자신이 헌재소장으로 참여했던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결정도 포함돼 있다.
탄핵 선고 3일 뒤 임기가 만료된 이 전 권한대행은 퇴임 후 모교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됐다. 그는 ‘법과 재판 실무’ 강의를 맡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박 전 소장과 이 전 권한대행이 몸담고 있는 학교의 행정실에는 두 사람을 응원하거나 원망하는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고 한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했던 이용구 변호사(54·사법연수원 23기)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로펌을 떠나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으로 활동하며 ‘막말 변론’으로 구설에 올랐던 김평우 변호사(73)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다.
○ 특검, 재판-국정 농단 수사 2라운드 매진
박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차리고 공소 유지를 계속하고 있다. 박 특검과 양재식 특검보(52·21기)는 매일 특검 사무실로 출근해 최순실 씨(62·구속 기소) 등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 재판에 제출할 각종 의견서를 작성하고 변론 준비를 하며 여전히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검팀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이규철 전 특검보(54·22기)는 특검보를 사임하고 올해 초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대표변호사로 선임됐다. 박충근 전 특검보(62·17기)도 특검팀을 떠나 법무법인 엘케이비파트너스의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특검팀 수석파견검사였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8·23기)은 14일 검찰 소환을 앞둔 이명박 전 대통령 등 MB 정권에 대한 수사를 총지휘하고 있다.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45·27기)를 비롯해 신자용 특수1부장(46·28기) 등 파견검사들도 검찰에 복귀해 윤 지검장을 돕고 있다.
○ 한결같은 박 전 대통령-변함없는 정치권
박 전 대통령은 파면 직후인 지난해 3월 말 검찰에 구속돼 1년 가까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은 놀라울 정도로 입소 첫날과 똑같은 생활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매일 오전 4시경 기상해 영한사전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 10시면 잠자리에 드는 식이다.
매일 3차례 식사는 꼬박꼬박 하지만 배식된 음식의 절반 이상을 남기는 것도 수감 초기와 똑같다고 한다. 하루 30분 주어지는 운동시간에는 걷기 등 가벼운 운동을 한다.
검찰이 1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30년을 구형한 지난달 27일, 박 전 대통령은 저녁 무렵에야 소식을 전해 들었다. 상담교도관이 면담에서 “구형량이 좀 많이 나왔다”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을 뿐 별다른 동요는 없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최근 1∼2주에 한 번꼴로 유영하, 도태우 변호사를 접견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들과 항소심 재판 때는 법정에 다시 출석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여전히 동생 등 가족과는 접견을 하지 않고 있다.
탄핵 결정 이후 크게 변하지 않은 점은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여야는 탄핵정국에서 확인한 민심을 개혁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개헌 논의 등을 진행 중이지만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 ‘6·13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은 3월 말까지 국회가 개헌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자체 개헌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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