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야기]‘평창’ 성공 도운 스마트기상예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0일 03시 00분


장석환 아시아하천복원네트워크 의장·대진대 교수
장석환 아시아하천복원네트워크 의장·대진대 교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처음 인정한 겨울올림픽 경기 종목은 크로스컨트리 스키 외 8개 종목, 16개 세부종목이었다. 1924년 1회 프랑스 샤모니 겨울올림픽 때다. 올해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열린 23회 평창 올림픽에선 설상, 빙상, 슬라이딩 종목 등 총 15개 종목, 102개 세부종목으로 확대됐다. 평창 올림픽은 역대 최대인 92개국 29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하고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는 뜻깊은 행사였다. 이어 9일부터 평창 패럴림픽이 열흘간 열린다.

스포츠 현장에서 기상 상태는 경기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겨울올림픽에선 경기 대부분을 야외 산악지역에서 열기 때문에 날씨가 올림픽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 기온과 습도에 따라 달라지는 눈의 상태와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의 방향 및 세기는 활강이나 스키점프 등 설상 경기의 진행과 선수 기록에 많은 영향을 준다. 더구나 평창처럼 산과 계곡 지역은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너무 따뜻해도, 너무 추워도, 혹은 눈이 많이 와도 경기에 지장을 준다.

국제역사기후네트워크(GHCN) 자료에 따르면 역대 겨울올림픽 중 가장 추웠던 대회는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대회로 당시 평균 기온이 영하 16도였다. 반면 2014년 러시아 소치와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대회 때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경기장의 눈이 녹으면서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1984년 사라예보 올림픽에선 눈보라와 강풍으로 많은 스키 경기가 연기됐다.

평창 올림픽의 가장 큰 변수는 강력한 추위였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평창은 고도가 700m 정도로 높고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강풍으로 가장 추운 겨울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 기간 평균 기온 영하 4.8도, 평균 강수량 0mm, 평균 풍속 초속 5.7m로 예년보다 따뜻하고 건조했다. 적당한 날씨는 평창 올림픽에서 유난히 많은 신기록이 나온 이유 중 하나다.

이렇게 안정적인 운영과 좋은 기록의 배경에는 하늘의 도움이 컸지만 과학적 선진화를 이룬 우리의 기상예보체계도 한몫했다. 강원 산지는 날씨의 변화가 심하고 빨라 기상예보가 어려운 곳이다. 기상청은 성화 봉송 때부터 구간별, 일정별 실시간 예보를 제공했다. 또 ‘스마트기상지원시스템’을 통해 경기장별 16개 지점의 날씨를 짧게는 1시간 간격으로 제공해 대회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인공지능(AI) 기법을 활용해 겨울올림픽 경기장 주변 54만 개 지점에서 기온과 습도, 가시거리, 풍향, 풍속 등을 1시간 간격으로 36시간까지 예측하는 ‘평창 올림픽 고해상도 기상예측정보시스템’을 제공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수집한 기상정보를 올림픽 기상예보관을 비롯해 선수와 올림픽 관계자, 관중에게 제공했다.

또 올림픽 기간 기상항공기가 강원도 지역을 매일 운항하면서 구름에 응결핵(구름씨)을 뿌려 인공 눈을 만드는 실험과 함께 미세먼지 농도 측정을 담당했다. 이 기상항공기는 측정소가 없는 동해상의 날씨 관측을 가능하게 했다. 이런 기술들이 모여 대회 운영을 최적화할 수 있었다. 이제 평창 패럴림픽이 시작됐다. 우리의 스마트 기상 기술과 날씨의 도움으로 올림픽에 이어 다시 한번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원한다.

장석환 아시아하천복원네트워크 의장·대진대 교수
#평창올림픽#스마트기상예보#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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