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강우가 스크린과 TV에서 동시 흥행을 맛보고 있다. 꾸준히 연기활동을 해왔지만 주연으로 나선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같은 시기 뚜렷한 성과를 내기는 처음이다. 눈에 띄는 성적에 힘입어 배우로 다시 평가받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
김강우 주연의 영화 ‘사라진 밤’(감독 이창희·제작 싸이더스)이 초반 예상을 뒤엎고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 당일인 8일 600여개 스크린에서 출발했지만 반응이 점차 뜨거워지면서 주말에는 900여개로 확대됐다. 이를 통해 개봉 첫 주 65만 관객을 동원했다.
안방극장에서 김강우가 맞는 상황도 다르지 않다. 김강우가 타이틀롤로 나선 MBC 주말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가 방송 초반부터 시청률 경쟁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3일 첫 방송부터 고무적인 평가를 받은 드라마는 10일에는 같은 시간대 지상파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날 기록한 시청률은 13.0%(닐슨코리아). 김강우의 구수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힐링의 기운이 안방까지 전달된 결과다.
김강우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극과 극의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사라진 밤’은 죽은 아내의 시체가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김강우는 연상의 아내(김희애)를 죽음으로 내몬 남편 역을 맡아 진실을 감추려 하면서도 또 다른 사건에 휘말려가는 극한의 상황을 완성한다.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그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개봉 전 만난 김강우는 “하룻밤 동안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여서 치밀한 계산에 따라 연기했다”며 “직관적으로 하는 연기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고 돌이켰다. 이런 변화는 2015년 나선 ‘간신’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그에게 박스오피스 1위의 값진 성과를 안겼다.
‘데릴남편 오작두’를 통한 인기의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일단 시청률이 오르면 좀처럼 하락하지 않는 주말드라마 특성상 향후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고정 시청층을 확고히 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평소 냉철하고 차가운 이미지의 역할을 맡아왔던 김강우는 이번 드라마에선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산골 오두막에서 살아가는 건강한 청년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면서 중장년 팬까지 아우르는 ‘주말극 강자’로 자리매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몇 년 전 슬럼프를 겪었다”는 김강우는 2016년 연극 ‘햄릿 더 플레이’를 소화한 뒤 연기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계기를 맞았고, 최근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전성기를 열고 있는 김강우의 활약은 계속된다. ‘사라진 밤’에 이어 선보이는 영화 ‘상류사회’도 시선을 거두기 어려운 작품. 상류사회의 욕망을 파고드는 이야기로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