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당 섭취
우리 몸의 필수 에너지원, 당… 부족하면 기억력 저하 부르기도
업계, 저당 트렌드 따라 맛은 설탕과 비슷하면서도
칼로리 낮은 대체 감미료 내놔, 자일리톨-알룰로스 등 각광
설탕은 ‘계륵’ 같은 존재다. 웰빙을 부르짖는 이 시대에 안 먹기엔 너무 맛있고 먹기엔 걱정이 앞선다. 1960년대만 해도 설탕은 고급 명절 선물로 여겨졌다. 귀한 몸값을 자랑하며 없어서 못 사던 시절이었다. 또 비상사태로 식료품 사재기를 할 때도 빠지지 않는 품목이 설탕이다. 무엇보다 설탕은 맛있어서 한 번 입에 닿으면 멈추기가 어렵다. 최근에는 단맛 열풍도 거세다. 마카롱과 카스테라를 비롯한 갖가지 달콤한 디저트가 불티나게 팔린다.
우리나라 역시 ‘단맛 열풍’을 대변하듯 당 섭취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하루 평균 섭취하는 당은 65.1g(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섭취량(50g)보다 많다.
모든 영양성분이 그렇듯 설탕 등 당류의 지나친 섭취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몸에 필요한 기준량 이내의 당 섭취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김정은 배화여자대학교 전통조리학과 교수는 “설탕은 몸이 지치고 피로할 때 가장 빨리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고 통증을 덜 느끼게 한다. 또한 우리 뇌는 글루코스라는 포도당을 유일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당분의 섭취가 부족할 경우 뇌의 영양이 부족하게 되어 기억력이나 인지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건망증이 심해지는 중년은 물론 학습기 청소년에게도 적절한 당분의 섭취가 꼭 필요하다”며 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식품업체의 당 줄이기 열풍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건강한 식품’ 열풍은 식품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6년 4월 ‘제1차 당류저감 종합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가공식품으로 섭취하는 당을 하루 섭취 에너지의 10% 이내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국민의 당 과다 섭취에 대한 관심까지 높아졌다.
세계 1위 식품기업인 네슬레는 당을 최대 40%까지 줄여 초콜릿을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설탕함유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초콜릿과 사탕 제품에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것. 이 외에도 미국 제과기업 몬데리즈 인터내셔널과 펩시코도 설탕, 소금 의존도를 줄인 제품을 제조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이 먼저 나서서 전 제품의 당을 줄인 곳이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2014년부터 4년간 펼쳐 온 ‘당줄이기 캠페인’을 통해 자사 제품의 당을 기존 제품 대비 1만2000t 가까이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효유 기업에서 시작된 이런 움직임은 국내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며 음료, 커피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당을 줄인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청정원은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햇살 담은 염도 낮춘 발효 다시마 간장’을 선보였다. 롯데네슬레코리아가 출시한 ‘네스카페 신선한 모카 허니골드’의 당 함량은 4.6g으로 ‘신선한 모카 커피믹스’ 대비 30%가량 낮다. 당을 줄인 대신 아카시아꿀분말과 천연 식물 감미료인 스테비아를 넣어 단맛을 살렸다. 동서는 지난해 5월 ‘맥심 모카골드 라이트’를 내놨다. 기존 맥심 모카골드 대비 당류를 25% 줄인 게 특징이다. 남양유업은 커피믹스 주력제품인 ‘프렌치카페 카페믹스’의 당 함량을 4g대로 25%가량 줄였다. 설탕이나 합성감미료 대신 국산우유와 농축우유, 자일리톨 등 천연재료를 넣었다.
웰빙 대체 감미료 통해 ‘양’에서 ‘질’로 업그레이드 식품업계의 저당 트렌드에 따라 맛은 설탕과 비슷하면서도 열량이 훨씬 낮은 대체 감미료 시장이 커지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17년 설탕 소매시장 규모는 1760억 원으로 2016년 1961억 원에 비해 10.2% 축소됐다. 2013년(2918억 원)에 비하면 40%나 급감한 수치다. 설탕의 빈 자리는 대체 감미료가 빠르게 차지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세계 대체 감미료 시장은 약 15조 원 규모로 형성돼 있다. 이는 전 세계적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2020년에는 19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체 감미료 시장은 2015년 기준 2100억 원 규모로 2020년에는 3300억 원 수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도 당을 줄임은 물론이고 기존 당을 대체 감미료로 대치하며 ‘양’에서 ‘질’로 업그레이드하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단맛을 내기 위한 대체 감미료로 자일리톨, 시트러스 추출물, 효소처리 스테비아, 알룰로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자일리톨은 식물에서 추출한 당으로 설탕과 비슷한 단맛이 나고 당도도 설탕과 비슷하다. 하지만 자일리톨의 칼로리는 설탕의 절반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자작나무에서 추출한 천연 연료로 만들어 충치와 혈당 관리에도 효과가 있다. 시트러스 추출물은 설탕의 450배 단맛을 내는 식물에서 유래한 고감미료다. 항비만, 항당뇨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소처리 스테비아는 천연 감미료인 스테비아(허브과 식물)의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효소처리 후 포도당을 붙여 만든 감미료다. 체내 흡수가 안 되고 몸 안에 잔류 당분이 남지 않으며 칼로리가 0에 가깝다. 설탕대비 열량은 100분의 1 수준이다.
알룰로스는 무화과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희소당(rare sugar) 중 하나다. 설탕에 가까운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는 1g당 0∼0.2Kcal에 불과해 칼로리 걱정이 없는 획기적인 차세대 감미료다. 김정은 교수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이제는 단맛도 건강하게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대체감미료가 설탕보다 생산 단가는 높지만 많은 관심을 받는 제품으로 주목받게 됨에 따라 식품 업체들의 시장 참여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설탕 과다 섭취가 문제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탈이 난다. 당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당은 인체에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당 자체를 문제로 보기보다는 과다 섭취 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식약처의 당류 저감 종합계획에 따르면 당류 함량 정보가 포함된 영양표시 대상 식품도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제품에 당류의 ‘% 영양성분 기준치’ 표시를 의무화해 하루 영양성분 기준 대비 당류 섭취량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2019년 드레싱과 소스류, 2022년까지 과·채 가공품류 등으로 표시 확대를 추진한다.
똑똑한 당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식품 포장의 영양성분에 표시된 당류의 함량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구르트, 음료, 과자를 고를 때 이왕이면 당 함량이 적은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당 함유 여부를 확인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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