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떠난 유인촌, 이명박 새벽 귀가 마중 눈길…장관 땐 육두문자 써가며 화풀이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3월 15일 10시 12분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당시 유인촌 전 장관과 함께 문화예술계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당시 유인촌 전 장관과 함께 문화예술계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6시 25분 약 21시간 동안의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이날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포함한 측근들이 자택 주변에서 이 전 대통령을 맞았다. 한 동안 본업(연극)에 충실하던 유인촌 전 장관이 이날 만큼은 ‘정치인’으로 잠시 돌아간 것.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과 유 전 장관의 오랜 인연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1974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유 전 장관은 1991년 KBS2 주말드라마 ‘야망의 세월’ 주인공 ‘박형섭’ 역을 맡는다. 이 드라마는 당시 건설회사 대표였던 이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제작했으며, 박형섭은 바로 이 전 대통령을 본 뜬 인물이다.

드라마는 6·3 사태(1964년 6월 3일 학생들의 한일회담 반대 운동이 절정에 이르자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해 무력으로 진압한 사건)에 가담해서 단식 투쟁까지 했던 주인공 박형섭이 운동권에 회의를 느낀 후 건설 회사에 입사, 세계 각국을 돌면서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내용이다. 유 전 장관은 이 드라마 출연을 계기로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유 전 장관의 공연장을 찾기도 하며 친밀한 관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모교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재직하던 유 전 장관은 2004년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설립한 ‘서울문화재단’의 첫 이사장직을 맡게 된다. 당시 ‘행정 경험이 없는 사람을 문화예술 단체장에 임명했다’는 이유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제 17대 대선에서 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한다. 당시 그는 한나라당에서 ‘이명박 대통령선거후보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유 전 장관은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취임한다. 취임 후 그는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노무현 정부 시절 임명된 관련 단체장들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 당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당시 문체부 장·차관을 향해 ‘이명박의 휘하이며 졸개’라고 비하하자 유 전 장관은 “인격모독적 발언”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그는 이 모습을 찍으려는 사진기자들에게 “사진 찍지 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 에이 XX”이라고 육두문자를 내뱉기도 했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고, ‘유인촌 욕설 논란’이 일었다. 이후 비난이 거세지자 유 전 장관은 자신의 행동을 공식 사과했다.

2011년 1월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장관직을 떠난 지 6개월 만인 같은 해 7월 이 전 대통령이 신설한 대통령문화특별보좌관으로 복귀, 대통령에 문화정책에 대해 조언하며 장관급 예우를 받게 된다. 같은 해 12월 특보직을 사임하지만 2012년 2월 문체부는 서울 예술의전당 이사장에 유 전 장관을 임명한다. 그는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같은 해 10월 이사장 직에서도 물러난다. 2014년 배우로 복귀한 그는 여전히 이 전 대통령과 친분을 이어가며 측근들과 함께 이 전 대통령을 자주 만났다고 전해진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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