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창립멤버 이석연, 시민단체 1년 후배 박원순 대항마 되나?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3월 15일 15시 19분


이석연 전 법제처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64)이 오는 6·13 지방선거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자유한국당으로부터 공식 요청받아 고민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이석연 전 처장은 앞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당시 후보의 대항마로 출마했다가 중도 포기한 바 있다. 박원순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해 3선에 도전하게 되면, 이 전 처장과 박 시장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수도 있다. 두 사람은 진보와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이 전 처장은 이날 “지난 2월 홍준표 대표에게 직접 후보 출마 제안을 받았으며, 내주 초쯤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그는 “합리적인 중도·보수 세력의 재건을 위해 시민사회단체에 남을지 당에 들어갈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주변에서도 많이 만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전 처장이 결심을 굳힐 경우 한국당은 이 전 처장을 서울시장에 단수 후보로 추천하는 전략 공천을 할 전망이다. 홍 대표는 이날 서울시장 후보로 이 전 처장이 거론되는 데 대해 “틀린 말이 아니다”라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보면 영입 인사는 경선하지 않고 전략 공천을 한다는 원칙을 이미 발표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62)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 전 처장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창립 멤버이며 박 시장은 당시 거기에 있었던 사람이다. 누구보다 박 시장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이석연”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아마 빅 매치가 될 것”이라며 “선거는 좌우 대결이다. 이 전 처장이 나오면서 색깔과 본질이 분명해졌다”고 확신했다.

이 전 처장은 법조인 출신으로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해 와 출마하게 된다면 박 시장과 법조인-시민운동가 출신끼리의 대결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끈다. 두 살 차이인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시민운동단체에 둥지를 틀었다. 이 전 처장은 1994년 경실련에, 박 시장은 1995년 참여연대에 들어갔다.

두 사람의 방향성은 달랐다. 이 전 처장과 박 시장은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낙천·낙선 운동을 두고 다음 해인 2001년 대립하게 된다. 두 사람은 시민단체의 정치 참여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석연 당시 경실련 사무총장은 “시민단체의 직접적 정치 참여는 시민운동의 본질을 벗어난다”며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시민운동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당시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참여연대가) 정치세력과 유착됐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당대에 불법이었던 운동이 후대에 합법화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이 전 법제처장은 당시 서울시장 후보 선두자리에 있던 박 시장의 대항마로서 출마 의지를 밝힌다. 범여권 단일 후보로 출마했던 그는 곧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이 전 처장은 1954년생으로 전라북도 정읍 출신이다.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행정고시,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4년 변호사로 개업할 때까지 법제관과 헌법연구관으로 일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수도 이전 반대 헌법소원을 제기해 위헌 결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당시 헌재의 위헌 결정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관습 헌법은 처음 들어보는 이론”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노 전 대통령이)이번 판결문을 이해할 수 없다면 헌법 공부를 제대로 안 한 것이다. 헌법 공부를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2006년부터 2년간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를 지냈고,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제28대 법제처장을 지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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