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통 최강일 부국장 동행, 스웨덴에서 북-미 회담 관련 美측과 접촉할 듯
주중 스웨덴 대사관 관계자들, 경유지인 베이징 공항 나가 리 외무상 면담
외교소식통들 “리 외무상의 이번 스웨덴 방문, 그만큼 중대하다는 의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15일 평양발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 2터미널에 도착한 지 약 35분 뒤인 오후 12시 25분경. 2터미널에서 차량으로 10여 분 거리인 공항 3터미널 귀빈실 앞에 스웨덴 국기를 단 검은색 주중 스웨덴 대사 차량이 도착했다.
차량에서 내린 주중 스웨덴 대사관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스웨덴으로 향하는 리 외무상을 경유지인 베이징에서 배웅했다. 리 외무상이 최종방문지인 스웨덴에서 중요한 행보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스웨덴은 평양에 대사관이 있고 주북한 스웨덴 대사관은 미국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북미 접촉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리 외무상을 태운 평양발 고려항공 JS251편 비행기는 이날 오전 11시 50분에 2터미널에 도착했다. 북한 대사관 차량이 리 외무상 도착 전 일찌감치 2터미널 귀빈실 앞에서 대기했지만 리 외무상은 도착한 지 1시간이 지나도록 귀빈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리 외무상은 이날 대미 외교를 담당하는 미국통 최강일 부국장을 동행하고 있어서 스웨덴에서의 북-미 접촉 가능성을 예고했다. 최 부국장은 리 외무상과 별도로 일반 통로로 나와 3터미널로 향했다. 최 부국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도 참석했다.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 부국장이 리 외무상을 수행한 것은 스웨덴에서 북한이 미국과 접촉할 예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은 분석했다.
리 외무상은 귀빈실에서 중국 정부 관계자가 접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급격한 북-미 및 남북 대화 국면에서 중국이 소외되는 중국 배제론(차이나 패싱)을 의식한 중국이 리 대사에게 북-미 대화 계획 등에 대해 물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 측은 12일 방중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도 방북 및 방미 결과에 대해 자세히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우두공항 2, 3터미널에는 한국 일본 등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리 외무상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취재진이 귀빈실 구역에서 기다리던 주중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에게 “리 외무상이 온 게 맞느냐” “리 외무상이 스웨덴에 가느냐” 등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대사관 관계자들은 대답 없이 외면했다. 공항의 중국 관계자들은 취재진들에게 “귀빈 구역에서 멀리 떨어지라”며 여러 차례 경고를 보냈다.
귀빈실에서 나온 리 외무상은 곧바로 주중 대사관 차량에 탄 뒤 3터미널로 향했다. 취재진이 “미국과 대화 준비가 잘 돼가나” “스웨덴에 어떤 일로 가는 것이냐” 등 질문했으나 리 외무상은 아무런 대답 없이 차량에 올라탔다.
15분여 뒤인 1시 5분경 3터미널 귀빈 구역에 도착한 리 외무상은은 차량에서 내려 곧바로 귀빈실로 들어가 미리 도착한 주중 스웨덴 대사관 관계자와 만났다. 리 외무상은 애초 오후 1시 50분 출발 예정이던 중국항공(스칸다나비아항공 공동운행) 비행기가 연착해 오후 3시 20분을 넘겨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과 최 북국장 일행이 스웨덴에서 미국 측 어떤 인사를 만날지에 대해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애초 리 외무상이 접촉할 것으로 예상됐던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돌연 경질됐기 때문에, 최 부국장과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간 핵심실무자 접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스웨덴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북미 대화를 도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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