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여객기 18시간 출발지연…승객 216명 ‘발동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5일 17시 28분




12일 오전 2시 30분, 필리핀 막탄세부 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던 아시아나 여객기가 오후 8시가 다 돼서야 이륙하는 일이 벌어졌다. 승객 216명은 “월요일 하루를 다 날렸다”며 18시간 가까이 발을 동동 굴렀다.

막탄세부 국제공항에서 고성이 오간 건 12일 오전 4시 30분부터였다. 2시간 째 비행기가 출발하지 못하자 승객들이 “기다리라 해놓고 왜 자꾸 말이 바뀌느냐”며 언성을 높인 것이다. 승객들에 따르면 아시아나 직원은 “활주로에 문제가 생겼다” “기상 악화로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2시간 동안 설명을 번복했다.

당초 ‘세부-인천행’ 항공기는 12일 오전 1시 50분에 출발 예정이었다. 그런데 전날(11일) 오후 10시 5분경 아시아나 측이 ‘항공기 연결사정으로 출발 예정시간이 2시 30분으로 변경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승객들에게 보냈다. 이미 한 차례 변경된 시간이었다.

12일 오전 6시경, 승강장 곳곳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번엔 “항공기 네비게이션 등 부품 결함이 발견돼 이륙이 불가능하다”라는 내용이 공지됐다. 이후 아시아나 측은 숙소를 마련해주며 100달러 아시아나 상품권을 승객들에게 지급했다.

승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승객 편모 씨(38)는 “4시간이 지나서야 기계 결함을 공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아들이 뇌병변 장애 1급을 앓고 있어 누워있는 것마저 불편한데 ‘기다려달라’는 말만 믿고 기다렸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월요일 휴가 복귀 예정이던 한 부사관은 탈영 조치를 당할까 전전긍긍했다. 회사원들은 새벽 시간 직장 상사들에게 연차를 하루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승객 216명은 13일 새벽 2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18시간 출발 지연은 이례적인 일이긴 하다. 세부 현지에서 초기 대응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선을 다한 조치였다”라고 밝혔다.

김정훈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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