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도 금융 대주주 적격성 심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6일 03시 00분


금융위,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안

앞으로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 총수 일가는 2년마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또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배제돼 CEO가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사외이사가 다시 CEO를 뽑는 이른바 ‘셀프 연임’이 차단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15일 발표했다. 관련 내용을 반영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올해 하반기(7∼12월) 국회를 통과하면 이르면 내년 7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 이재용 부회장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개선 방안에 따르면 2년마다 진행되는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확대된다. 현재 ‘최다 출자자 1인’에서 ‘최다 출자자 1인의 특수관계인인 주주’와 회사 대표나 이사의 과반수를 선임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가 추가됐다. 또 법인이 최다 출자자인 경우도 포함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당국이 금융사 대주주의 위법 사실 등을 따져 주주로서 자격이 있는지 심사하는 제도다.

심사 요건도 강화된다. 현재는 금융관련법,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만 심사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횡령, 배임, 사기 등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아도 ‘대주주 부적격’ 요건에 해당된다.

부적격 결론이 나면 해당 주주는 10%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된다. 이를 무시하고 의결권을 행사하면 10% 초과 지분에 대해 주식 처분 명령을 받는다.

이번 방안에 따라 삼성생명의 경우 최다 출자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뿐만 아니라 이 회장의 아들이자 회사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심사 대상이 된다.

다만 이 부회장의 지분이 0.06%여서 대주주 부적격 결론이 나더라도 의결권 제한을 받지 않는다. 또 이번 방안은 내년 법 시행 이후 발생한 위법 행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번 방안이 시행되면 기업의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의 사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대주주 심사 대상과 요건이 확대돼 경영 활동을 지금보다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사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그룹은 대규모 투자나 M&A를 결정하는 과정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사외이사 추천에 CEO 배제

금융회사 임원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앞으로 금융회사 CEO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다.

또 금융회사는 CEO 후보 기준을 지배구조 내부 규범에 명문화한 뒤 이를 근거로 후보군을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주주에게 보고해야 한다. CEO와 이사 선출 과정에서 소수 주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주주 제안권 행사 요건은 ‘의결권 0.1% 이상 또는 주식액면가 1억 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때는 이해관계자와 외부 전문가의 추천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둬야 하고 사외이사가 연임할 때에는 외부 평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아울러 보수 총액이 연 5억 원 이상이거나 성과보수 총액이 2억 원 이상인 고액 연봉자는 연차보고서에 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강유현 yhkang@donga.com·이은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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