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후면 KAIST가 출범한 지 50년이 됩니다. KAIST가 그간 국내 과학기술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고, 세계적 대학으로 발돋움하는 데도 성공했어요. 이제는 세계 과학계를 선도해 나가야 합니다. 그 터전을 다져 놓는 게 제가 할 일이라고 봐요.”
5일 대전 유성구 KAIST 총장실에서 만난 신성철 총장(사진)은 KAIST의 새로운 비전 설명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새 비전을 설명하려면 KAIST 출범 당시 상황부터 이해해야 한다”며 1970년 9월 6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출력해서 내어 보였다. 기사에는 ‘45억 원 들여 設立(설립)될 韓國科學院(한국과학원) 是非(시비)’라는 제목이 또렷이 보였다. 당시 45억 원을 통계청 물가계산표를 이용해 현재 가치로 환산하니 1000억 원에 육박했다.
거액을 투자해 새 대학을 설립하는 게 과연 옳은가를 놓고 찬반양론이 팽배했을 만큼 KAIST의 출범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KAIST가 이공계 육성이라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인력 양성을 해오는 등 국내에서 명실상부한 이공계 대표 대학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KAIST 출범을 문제 삼는 이는 거의 없다.
“현재 국내 과학기술계 리더급 인력 4명 중 1명(23%)이 KAIST 출신이에요. KAIST 동문 창업 기업 수는 총 1456개나 된답니다. 이 기업들이 3만2000여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연간 13조6000억 원의 매출액을 내고 있죠. 그만큼 한국 경제에 미치는 경제효과도 크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신 총장은 이제부터는 국내 최고 이공계 대학이 아닌 세계적인 이공계 대학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은 국내 기술 선도를 주도해 왔지만 이제는 세계 10위권 대학을 노려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캘리포니아공대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세계적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하니 부담도 커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KAIST가 존재해야 할 새로운 가치는 무엇일까. 신 총장은 2017년 3월 취임 직후부터 학교의 비전 설립에 대해 고민해 왔다. 취임 직후 새로운 인재 양성 비전을 발표하고 ‘KAIST 비전 2031 위원회’를 설립했다. 150명으로 이뤄진 위원회는 학내외 의견을 모아서 새 비전을 마련해 왔다. 신 총장의 임기는 2021년까지다. 이때 KAIST는 정확하게 출범 50주년이 된다. 그 3년 동안 KAIST가 환갑을 맞는 2031년까지 KAIST의 미래 비전을 확고히 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신 총장은 “KAIST 출범 당시 국내외 상황을 철저히 분석하고 계획을 세운 ‘터먼 보고서’가 사실상 학교의 철학이었다”면서 “이번에 ‘비전 2031’을 새롭게 만든 것은 KAIST에 새로운 ‘존재가치’를 부여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새 기준을 마련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 비전의 첫 번째로 신 총장은 ‘3C 정신’을 꼽았다. 창의(Creativity)와 도전(Challenge), 배려(Caring)를 학교 슬로건으로 내걸겠다는 것.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기술 글로벌 리더는 창의력과 함께 다양한 학문을 두루 적용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 타인과 협력할 수 있는 배려 정신을 갖춘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총장은 “재원 확충, 연구역량 확충 등 다양한 계획도 있고 ‘교육, 연구, 기술사업화, 국제화, 미래전략’ 등 5개 분야 혁신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플랜도 마련했다”면서 “KAIST의 비전 2031이 미래 과학 한국의 새로운 희망 메시지가 되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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