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대학 등록금 동결 정책이 대학 교육의 질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2012∼2017년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인한 사립대학 경상비 결손액이 연평균 5173억 원에 달한다”며 “그 영향으로 개설 강의 축소, 전임교원 1인당 교내 연구비 감소, 비정년 교수 임용 확대 등 교육지표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제 세미나는 2010년 ‘반값 등록금’ 논란 이후 계속돼온 등록금 억제 정책으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으면서도 협조해온 사립대학들이 작심하고 진지하게 문제 제기를 한 자리였다. 국회는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넘지 못하게 하는 상한제를 2010년 입법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교육부가 국가장학금(Ⅱ유형) 참여 조건으로 등록금 인하·동결을 요구하며 강제한 결과 지난해 4년제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연평균 739만9000원으로 2010년 752만5000원보다도 12만6000원(1.7%) 낮아졌다. 반면 지난 6년간 물가는 연평균 1.4%씩 올랐다.
그나마 국립대는 국가지원금이 연평균 4.51%씩 증액돼 영향을 덜 받았으나, 사립대들은 등록금 인하·동결이 곧바로 재정 감소로 이어졌다. 사립대에 등록금 수입 결손을 대체할 재정 지원을 해주지도 않으면서 인하·동결을 강제하는 교육부의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사립대 시스템이 발달해 있는 미국 일본 등은 강제적 규제가 없다.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대학이 국공립이어서 등록금이 없거나 소액이며 대학 재정을 거의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진다. 하지만 우리는 81%의 학생이 사립대에 재학 중인데 등록금 인상은 사실상 봉쇄돼 있고, 재정 지원은 교육부의 낙점을 받아야만 받을 수 있는 모순적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다 보니 교육부 눈치 보기에 급급할 뿐 우수 교원 영입, 교육시설 업그레이드 등은 뒷전으로 방치되고 있다.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고등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국가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미 우리 국민은 막대한 규모의 고등교육 재원을 세금으로 마련해 주고 있으나 그 재원이 교육부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대학 교육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측면이 있다. 지금처럼 대학들이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환경에서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시대를 주도할 인재가 키워질 수 있겠는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