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서울중앙지법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일정을 22일 오전이라고 공개하자 이 전 대통령은 참모들과 회의한 뒤 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참모는 “마지막까지 검찰과 대립하며 맞서는 모습이 국민들 보기엔 좋지 않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자택엔 이날 오전 9시부터 이재오 전 특임장관,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참모들이 속속 도착했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참석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토론했다.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르는 게 옳다”는 의견과 “전직 대통령이 법원에까지 가서 구구절절 불구속을 주장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맞섰다고 한다.
일부 참모는 전날부터 ‘심사 불응론’을 주장했다. 일부는 MB가 ‘법원에 출석해 구속 여부 심사를 받겠다’고 한다면 강하게 의사를 개진해 만류하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토론이 진행되자 “검찰과 굳이 대치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자”는 의견이 우세해졌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입장을 충분히 밝힌 만큼 법원의 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결정했고, 오전 11시 15분경 언론에 입장문을 냈다.
심사를 받지 않기로 한 이 전 대통령의 결정엔 ‘법원의 심사에 출석할지와 무관하게 구속이라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현실적인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참모는 “지금 법원에 가서 아무리 항변을 해도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을 오가는 장면이 국민들에게 좋게 보이지만은 않았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을 면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법리 논쟁을 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길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심사 불출석을 결정한 뒤 “대통령으로서 깨끗하게 해오려고 했는데 이런 상황이 오게 돼 참담한 심경이다. 경위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내 책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마지막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 정권에 대한 원망이나 ‘정치 보복’이란 주장보다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현 상황에 대한 ‘성찰적 메시지’가 될 것이란 게 참모들의 예상이다.
MB 측은 향후 재판 진행 과정에서도 필요할 때 메시지를 낼 계획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자택에서 참모들과 떡국으로 간단히 점심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식하거나 자택에서 별도의 식사를 준비할 경황이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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