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동아/이진한 의사 기자의 따뜻한 약 이야기]경구피임약, 월경통에도 효과… 복용 땐 매일 같은 시간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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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은 인류의 역사와 맥을 같이할 정도로 오랜 관심사였습니다. 예전부터 배란 주기법 등 자연 피임법이 활용됐고, 고대 이집트 시대엔 코끼리 배설물을, 로마 시대엔 기생충을 사용해 피임을 했습니다. 즉 코끼리 배설물을 여성의 음부에 넣거나 버드나무잎 가루나 아스파라거스, 거미에 기생하는 기생충 등을 부적으로 만들어 여성들이 목에 걸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안전하고 효과적인 피임법이 등장한 것은 약 60년 전입니다.

1960년쯤 나온 경구 피임약은 여성의 삶을 변화시킨 20세기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입니다. 피임약으로 여성은 스스로 자신의 임신 시기를 계획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임신으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죠. 이후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자궁 내 삽입 시스템(체내 삽입형 피임법)이 등장했습니다.

경구피임약은 99% 이상의 높은 피임 효과를 보이는 피임법입니다. 하지만 국내의 경구 피임약 복용률은 약 2%로 체코 48%, 프랑스 39.5%, 독일 37.4%와 비교했을 때 매우 낮습니다. 경구 피임약은 비교적 간편하고 피임 실패율이 낮기 때문에 신혼부부 등 단기적 피임을 원하는 사람이 많이 찾습니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경구 피임약은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피임약과 달리 피임 외에 월경곤란증(월경통), 월경전 불쾌장애 등 월경 관련 질환 치료도 합니다. 하지만 경구 피임약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복용을 하지 않으면 피임률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장기 피임을 원하면 자궁 내 삽입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한번 시술로 5년 정도의 장기 피임과 99% 이상의 높은 피임 효과를 보입니다. 높은 피임 효과를 원하지만 매일 먹어야 하는 피임약 복용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 대상입니다.

최근엔 장기 피임을 원하는 여성을 위해 자궁 내 삽입하는 장치가 속속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자궁내 삽입 시스템인 미레나(위쪽)와 카일리나. 동아일보DB
최근엔 장기 피임을 원하는 여성을 위해 자궁 내 삽입하는 장치가 속속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자궁내 삽입 시스템인 미레나(위쪽)와 카일리나. 동아일보DB
자궁 내 삽입 시스템은 가장 최근에 나온 ‘카일리나’와 20년 전 출시된 ‘미레나’ 등이 있습니다. 카일리나는 몸체인 T바디 크기가 2.8x3cm로 작고 삽입 튜브 역시 좁아져 산부인과에서 시술받기가 편리합니다. 임신을 원해 카일리나를 제거할 경우 여성 10명 중 7명은 1년 내 임신이 가능합니다. ‘미레나’는 장기 피임효과 외에 월경곤란증(월경통), 월경과다증 등의 월경관련 질환 개선 효과를 보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구리루프 시술도 자궁 내 삽입 즉 체내 삽입형 피임 중 하나입니다. 장치 바깥쪽에 얇은 구리가 감겨 있으며, 자궁 내막에 경증의 염증을 일으켜서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하는 원리입니다. 자궁 내 삽입시스템은 의사의 시술이 필요하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하므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여성 건강과 삶의 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피임제는 높은 피임효과뿐만 아니라 월경 관련 질환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기까지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경구피임약과 체내 삽입형은 대부분의 건강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사용이 가능하지만, 피임제를 처음 사용하는 여성이라면 반드시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기질적 질환 여부 등을 확인하고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경구피임약은 개인이 선택하기보다는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보유 여부 등을 상담한 뒤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위험인자를 가진 여성에서 매우 드물게 혈전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진한 의사 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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