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자궁경부암, 난소암 등 로봇수술… 환자 가임력 보존에 주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6일 03시 00분


고대안암병원 부인종양클리닉

로봇수술을 하고 있는 고대안암병원 송재윤 교수. 송 교수는 “자궁 근처는 신경, 혈관, 인대는 물론 요관, 직장, 방광 등이 매우 근접해 있다”며 “로봇을 이용한 정교한 수술이 부작용을 줄이고 가임력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대 안암병원 제공
로봇수술을 하고 있는 고대안암병원 송재윤 교수. 송 교수는 “자궁 근처는 신경, 혈관, 인대는 물론 요관, 직장, 방광 등이 매우 근접해 있다”며 “로봇을 이용한 정교한 수술이 부작용을 줄이고 가임력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대 안암병원 제공
국내 암 발생률 중 자궁경부암은 5위, 난소암은 8위를 차지한다. 서구 사회에서 발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자궁 내막암은 생활습관의 변화로 우리나라에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부인종양클리닉은 여성들에게 생길 수 있는 자궁경부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융모암 등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특히 젊은 부인암 환자들을 위해 가임력을 보존하고 수술, 치료 후에도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광범위자궁목절제술’로 가임력 보존

자궁경부암의 발병 연령이 매우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관계를 시작하는 연령이 낮아지고 여러 명과 성관계가 이뤄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위암, 간암 등 대부분의 국가 암 검진이 만4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데 비해 자궁경부암은 만2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젊은 자궁경부암 환자의 치료는 가임력을 보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기발견이 가임력 보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암이 되기 전단계인 이형성증 단계에서 종양을 발견하면 자궁을 통째로 들어내거나 자궁경부 전체를 떼어내지 않고도 종양이 자리 잡은 부위 주변만 원뿔 모양으로 절제하는 ‘원추절제술’로 종양의 제거가 가능하다. 임신을 하는데 전혀 문제없이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암이 된 후에 발견하더라도 1기, 크기가 2cm이하면 ‘광범위자궁목절제술’을 통해 자궁경부와 질의 일부만 절제한 후 질과 자궁을 이어줘 추후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 수술부위 주변의 혈관과 신경은 물론 자궁을 지지하고 있는 인대와 요관 등을 손상시키지 않고 자궁경부와 질 일부만 절제해야하는 매우 고난도의 수술이다. 수술 자체가 매우 까다롭고 가임력 보존을 원하는 초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그동안 많이 실시되지 못했다.

최근 송재윤 고대안암병원 부인종양클리닉 산부인과 교수는 광범위자궁목절제술을 한 단계 발전시켜 자궁으로 가는 자궁동맥을 절제하지 않고 수술하는 방법을 개발해 로봇수술학회에 보고했다. 송 교수의 수술은 자궁으로 가는 굵은 혈관 전체를 절제하지 않고 굵은 혈관이 나눠지는 훨씬 아랫부분의 상부혈관(자궁동맥)을 보존하고 자궁경부로 뻗어나가는 하부혈관만 절제한다. 송 교수는 “기존 수술 방법대로 굵은 혈관을 절제하면 난소를 거쳐서 내려오는 혈관만 살아있게 돼 자궁에 혈류 공급이 매우 줄어들게 된다”며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수술법으로 자궁동맥을 보존하고 자궁으로 흘러들어가는 혈류를 더 많이 확보해 임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으로 예방, 조기발견 중요해

자궁경부암은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올해 6월부터는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에 포함돼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무료접종이 가능해졌다. 이상훈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경부암으로 출혈, 냄새나는 분비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병기가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그럴 경우 방사선 치료나 자궁 제거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때는 가임력을 보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예방백신 접종과 정기검진을 통해 자궁경부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궁내막암도 초기에 발견하면 임신 가능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의 경우 어느 한 곳이라도 암이 발견되면 자궁, 난소, 주변 림프구까지 모두 절제해 조직검사에 들어간다. 이 조직검사를 통해 암이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확인하는 ‘병기설정술’이 기본 암수술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신을 원하는 경우에는 치료법이 달라진다.

난소암의 경우 한쪽에만 종양이 있는 1기에만 가임력 보존이 가능하다. 이 경우 병기설정술을 하지 않고 난소 한쪽만 떼어내 추적 관찰한다. 난소가 하나밖에 없더라도 매달 배란이 가능하고 임신율에도 큰 차이가 없다.

자궁내막암도 자궁내막에 국한된 세포 분화도 1의 초기에만 가임력 보존이 가능하다. MRI(자기공명영상)를 통해 근육이나 다른 부위로의 전이가 없음을 확인하고 자궁내막 소파술을 통해 암을 모두 긁어낸 후 자궁내막의 성장을 억제하는 호르몬 치료를 통해 암의 재발을 방지한다. 이후 3개월마다 조직검사를 통해 추적관찰을 하는데 통상적으로 6개월이면 치료가 가능하고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재발의 위험이 높아 분만과 동시에 자궁은 바로 떼어낸다. 이 교수는 “얼마 전 난소 한쪽에 20cm가 넘는 종양을 갖고 있던 25세 여성에게 난소절제술을 하고 항암치료까지 했는데 현재 생리를 할 만큼 매우 경과가 좋다”며 “자궁내막암과 난소암도 초기에 발견하면 임신 가능성이 있으므로 환자와 보호자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봇수술로 가임 가능성 높일 수 있어

고대안암병원 부인종양클리닉은 암 병기가 진행돼 방사선과 항암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에도 가임력 보존을 위해 노력한다. 방사선 치료는 자궁과 난소 등 골반 전체에 방사선을 조사하기 때문에 치료 후에는 난소의 기능이 사라져 임신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따라서 방사선 치료 전에 난소의 위치를 수술을 통해 복부 위쪽으로 올려 난소의 기능을 보존하기도 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전 난소를 떼어 동결시켰다가 치료가 끝나면 이식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혈관을 통해 몸 전체에 퍼지는 항암제의 특성상 난소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인데 부인암뿐만 아니라 항암치료가 필요한 젊은 여성의 치료에 고려된다. 난소이식 후에도 난소기능이 90% 이상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방법으로 201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60여 명이 항암 치료 후 임신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이 교수가 자궁경부암 환자에서 최근 난소조직 이식을 시행한 후 국내 최초로 호르몬 기능이 회복된 환자가 있어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로봇수술을 통해 수술을 하는 것 역시 가임력 보존에 도움이 된다.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송 교수가 개발한 자궁동맥을 보존하는 광범위자궁목절제술 역시 로봇수술을 통해 시행한다. 작은 혈관과 신경까지 확연히 볼 수 있고 섬세하고 튼튼한 수술을 할 수 있어 수술 후 부작용과 합병증도 줄일 수 있다. 최근 고대 안암병원은 최신 수술용 로봇을 추가 도입돼 로봇을 이용한 부인암 수술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송 교수는 “로봇수술은 새로운 의료기술”이라며 “복강경 수술에 비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 환자를 위한 더 나은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의학#건강#고대안암병원#부인종양#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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