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신부전 환자의 80% 고혈압 동반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6일 03시 00분


65세의 M 씨가 병원을 방문했다

“발기가 안 돼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요.”

“평소에 앓고 있는 지병이 있나요.”

“당뇨병으로 20년간 고생하고 있습니다.”

“당 조절은 잘하고 계신가요. 혈당 체크는 얼마나 자주 하세요. 혹시 본인의 당화혈색소 수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습니까.”

“혈당은 한 달에 한 번씩 진료 받으러 병원에 갈 때 하고 당화혈색소 수치는 잘 모르겠는데요.”

기본검사를 해보니 공복 시 혈당이 dL당 250mg, 혈중 요소 농도는 35mg으로 높게 나왔다. 크리아타닌 수치는 2.1mg, 혈압도 160mmHg/90mmHg로 높게 나온다.

“만성 신기능 부전입니다. 당뇨와 고혈압으로 이미 합병증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발기수술을 받을 수는 있지만 점점 신기능이 나빠지고 있어 오래지 않아 혈액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이렇다 할 증세도 없었는데요. 조심하고 잘 치료하면 좋아지지 않을까요.”

“이미 합병증이 생긴 거라면 원상회복은 어렵고 더 악화되지 않게 혈압과 당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뇨기계에서 중요한 장기인 콩팥은 후복막 양측에 두 개가 있다. 몸속 노폐물을 걸러내고 소변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한다. 콩팥은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신장이식팀에서 콩팥을 떼어내는 수술을 하다 보면 신기한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의사가 콩팥을 거칠게 다루면 탱탱하던 콩팥이 금세 말랑해지고 소변 만드는 일을 거부한다. 두어 시간을 기다려야 비로소 화가 풀려 소변을 만들기 시작한다. 극도로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경험을 해봤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콩팥에 이상이 생기면 초기에는 별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병이 지속돼 신부전이 생겨야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콩팥 기능이 정상의 35%까지 감소해도 소변을 자주 보거나 야뇨증의 증세만 있을 뿐 아프다거나 다른 증상을 못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콩팥이 얼마나 정상적으로 일하는지는 사구체가 얼마나 노폐물을 잘 여과하는지에 달렸다. 혈장 성분의 일부가 사구체를 감싸고 있는 보먼 씨 주머니에서는 적혈구와 단백질, 지방 등 분자량이 큰 물질은 여과돼 나오지 못하고 분자량이 적은 무기염류나 아미노산, 포도당, 요소, 물 같은 물질은 여과된다. 여과된 물질은 보먼 씨 주머니와 연결된 세뇨관으로 소변이 돼 밖으로 배출된다. 여과되지 않은 물질은 혈액으로 재흡수된다.

당뇨병과 고혈압은 대표적인 만성 신부전을 일으키는 원인질환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끈적끈적한 피가 콩팥 안의 모세혈관 덩어리인 사구체의 자율조절 기능을 떨어뜨려 사구체 고혈압이 생긴다. 혈당이 높아 당화산화 물질이 생기면 그것이 콩팥에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산화스트레스에 의한 염증 반응으로 미세혈관들이 손상되고 사구체가 노폐물과 영양소를 제대로 여과하지 못한다. 이 상태가 되면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 혈장 내 단백질이 감소하고 신부전으로 몸이 붓게 된다.

고혈압도 만성 신부전의 주요 원인이다. 콩팥이 나빠지면 고혈압이 악화된다. 콩팥은 혈압을 조절하는 기관이다. 레닌이라는 호르몬을 만들어내고 안지오텐신이라는 혈관수축 호르몬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신부전 환자의 80%는 고혈압이 동반된다. 만성 신부전 환자들은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단백질의 노폐물이 체외로 배설되지 않고 신체에 쌓여 요독증을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 섭취는 하루 최대 60g 이하로 제한해야 하고 수분은 하루 소변양보다 500cc 정도를 더 마셔야 한다. 혈압 예방을 위해서는 싱겁게 먹어야 하며 소금은 하구 5g 이하로 섭취한다. M 씨는 결국 수술을 보류하고 콩팥 기능 보존에 더 전념하기로 했다.

최형기 성공비뇨의학과 원장
#헬스동아#의학#건강#성공비뇨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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