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입제도 선택을 인기투표로 하면 교육부는 왜 필요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8일 00시 00분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가 16일 발표한 공론화 추진계획은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의 무책임과 철학의 부재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공론화 추진계획에 따르면 6월까지 학생 학부모 교사 대학 등 이해관계자와 교육 전문가 20∼25명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통해 4, 5개의 개편 시나리오를 결정한다. 이 시나리오들을 놓고 7월까지 대국민토론회, TV토론회, 온라인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 이어 시민참여단 400명이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7월 말에 최종안을 선택하게 된다.

최종 선택을 하는 시민참여단 400명은 교육이나 입시 전문가가 아니라 모두 비전문가 일반 시민이다. 대학 관계자나 학생 교사 등 입시 당사자들은 시민참여단에서 배제됐다. 공론화위원회는 “지역과 성(性), 연령을 고려해 2만 명을 우선 선정하고 이 가운데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들을 대상으로 400명의 시민참여단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대입제도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정책을 전문가 대신 일반 시민들에게 선택해 결정하라는 것이다.

대입제도 개편 문제는 신고리원전 5, 6호기 공론화 과정과는 차원이 다르다. 신고리원전 공론화에서는 원전 공사를 재개할 것인지, 말 것인지 찬반만 결정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대입제도는 4, 5개의 시나리오 하나하나가 어렵고 미묘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의 문제, 정시와 수시의 시기 통합 문제, 수능 평가 방식의 문제 등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 있는 교육 철학과 풍부한 현장 경험이 없으면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전문성 없는 일반 시민이 한 차례 토론과 2박 3일의 합숙, 한 달간의 개별적인 숙의를 거친다고 해서 대학입시와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단기간에 깊어질 수는 없다.

청소년과 대학의 미래가 달린 대입제도는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결정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대입 전형을 진행하고 대학생을 교육할 대학 측을 배제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런 식으로 한다면 시민참여단의 결정은 자신의 호오(好惡)나 대중 여론에 현혹되는 인기투표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교육부는 결국 여론투표의 결과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입시제도 개편#교육부#공론화#여론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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