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장하성 정책실장 등이 참석하는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저소득층의 소득 향상에 초점을 맞춘 최저임금 인상 등 각종 소득주도성장 정책들이 오히려 소득을 줄이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자 긴급히 마련된 자리다.
최근 쏟아지는 각종 경제통계와 산업현장 분위기는 우리 경제에 비상벨을 울렸다. 정부의 최우선 정책인 일자리 정책이 실패해 실업률은 역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월 실업률은 4.5%로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까지 매월 20만∼30만 명씩 증가하던 취업자 수가 올 2월 이후 3개월 연속 1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산업관련 지표를 보면 향후 전망은 더 어둡다. 3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3%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이고 설비투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는 지난달 77로 1년 전(83)보다 확 꺼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는 상승세인 미국 등 주요 국가와 달리 한국만 9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 기반이 흔들리면 분배 문제라도 좋아져야겠지만 상황은 반대로 돌아갔다. 작년 3, 4분기 연속 증가하던 소득 하위 20%의 가계소득이 올해 1분기에 8.0% 감소로 돌아서 양극화가 더 심화된 것이다. 정부가 출범과 함께 소득주도성장을 처음 표방했을 때부터 수많은 경제학자와 전직 경제장관들이 우려했던 사안이다. 앞으로 전방위적으로 기업 때리기를 계속하고 일자리는 세금으로 만드는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국가 경제의 활력이 살아나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과거의 여러 차례 경험을 보면 경기침체의 가장 큰 피해는 저소득층에 돌아갈 게 뻔하다.
어디에서도 검증된 적 없는 이론을 가지고 정부는 지난 1년간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중간 결과는 나타난 대로다. 현 정부의 경제팀은 실무 경험이 많은 경제 관료는 드물고 참여연대 등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에 몸담아 온 비주류 경제학자나 정치인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이 평생 가져온 경제이념을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가 소신이나 고집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이 더 커지기 전에 경제팀 전체를 개편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해볼 일이다. 어떻든 문재인 정부가 경제에 성공한 정부가 되려면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시장과 기업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하루빨리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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