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명박(MB) 정부 시절 진행된 해외자원 개발사업을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셀프’ 수사의뢰를 했다. 특히 산업부는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 직접 캐나다 하비스트 유전 사업 인수에 관여했는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해외자원 개발산업은 2015년 이미 검찰 수사를 받았다. 정부나 최 전 장관 개입 없이 공기업이 자체 판단했다고 했다. 배임 혐의로 기소됐던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1, 2심 재판에서 ‘경영상 판단’이라며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자원개발 사업은 털고 가야 하는,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검찰 수사의뢰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적폐 청산 대상이라는 뜻이다.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이전 조사에서 최 전 장관에 대한 조사가 부실했으며 하비스트 사업에서만 24억 달러(2조5920억 원) 손실이 났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는 비난도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다만 검찰 수사로 모든 의혹이 제대로 밝혀질지는 미지수다. 산업부는 새로운 문건과 기소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추가 정황 등이 발견된 만큼 수사의뢰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건의 출처가 불분명하며 검찰은 물론이고 감사원 감사, 국정조사도 거쳤는데 새로 수사해도 더 나올 만한 내용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직 공무원 중 담당업무를 했던 자는 거의 없고 그나마도 실무에 제한적으로 관여한 정도다. 하지만 검찰 수사의뢰 이후 공직 사회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언제 어떻게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를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당시 자원개발 보고라인에 있었던 고위 공무원 출신 문재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김경원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옷을 벗었다.
하지만 공직 사회에서는 산업부의 셀프 수사의뢰를 계기로 “가급적 일을 만들지 말자”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근 교육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에 참여한 교육부 고위급 및 중·하위급 공무원 8명 등 총 17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기도 했다. 공무원 A 씨는 “이번 정부가 벌인 재생에너지 사업은 물론 앞으로 벌이게 될 남북 경제협력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손실이 나면 다음 정부에서 표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MB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사업은 공기업 부실화와 혈세 낭비 등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많은 문제다. 하지만 적폐 청산이 수사와 처벌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높아질 공직 사회의 불안을 해소할 방안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국가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정부의 핵심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 양산되지 않도록 소신에 따라 일해도 처벌받지 않는 시스템을 함께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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