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충분하다”더니… 뒷북 대책 내놓은 고용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2일 03시 00분


“가이드라인 공개” 3일전 기습 공지… 발표 당일 기관장 긴급회의까지
고용부 “쟁점 많아 시간 걸려” 주장

근로시간 단축을 불과 20일 앞두고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고용노동부의 ‘뒷북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노동시장의 혁명적 변화를 앞둔 상황에서 주무부처로서 안이했다는 지적이다.

고용부는 이달 초 본보가 “주 52시간제 시행 관련 지침이 없어 노동시장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고 보도(6월 5일자 A1·8면)한 뒤에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언제 낼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조차 가이드라인 발표일을 정하지 않았던 셈이다.

특히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5일 국제노동기구(ILO) 총회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에서 “옛날(2004년)에 주 5일제를 시행할 때도 정말 나라가 망하는 것같이, 기업들이 다 도산한다고 했는데 잘 정착됐다. 준비가 충분하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산업계의 혼란이 가속화되면서 언론 비판이 쏟아지자 고용부는 부랴부랴 움직이기 시작했다. 8일 저녁 “11일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브리핑을 하겠다”고 기자들에게 긴급 공지했다.

김 장관은 귀국하자마자 11일 오전 전국기관장 긴급회의까지 소집했다. 이 때문에 고용부가 노동시장 혼란을 수수방관하다가 뒤늦게 가이드라인을 급조해서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가이드라인 발표 시점을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로 정한 것 역시 비난 여론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월 28일 통과된 이후 전국 노동청이 시행 대상 기업을 3000여 곳으로 추린 뒤 지속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고, 이 과정에서 취합된 쟁점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작한 것”이라며 “하루빨리 발표하려다 보니 11일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동안 수수방관한 게 아니라 쟁점과 관련 판례가 워낙 많아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주장이다.

김 장관은 이날 기관장 회의에서 “노동시간 단축 시행 및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등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질책의 목소리가 많았다”며 “고용노동 현안에 대한 준비와 대응 상황이 미흡하지 않았는지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고용부#주52시간#근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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