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억원에 이자-배당소득 1800만원땐 세금 211만원 더 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4일 03시 00분


[부자증세 시동]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강화

금융소득에 종합과세를 적용하는 기준을 낮추자는 것은 금융소득이 많은 고소득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종합과세 기준을 현재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출 경우 약 40만 명이 1인당 연간 수십만 원, 많게는 300만 원까지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맞물려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까지 강화되면 고소득자들의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3일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확정한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에 따르면 재정특위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현재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현재는 은행 이자 등 이자소득, 주식 배당금 등 배당소득 같은 금융소득이 1인당 연 2000만 원을 넘지 않으면 다른 근로·사업소득과 상관없이 따로 떼어 15.4%(지방소득세 포함)의 단일 세율을 매기는 ‘분리과세’를 적용한다.

하지만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어가면 다른 소득과 합산하는 종합과세가 적용된다. 종합과세는 근로·사업소득과 이자·배당소득 등 모든 소득을 더해 세율을 정한다. 과표 구간에 따라 최대 46.2%(지방소득세 포함)까지 세율이 올라 부담이 커지게 된다. 재정특위는 종합과세가 적용되는 이 기준이 너무 높아 빠져나가는 고소득자가 많다며 1000만 원으로 낮추자고 한 것이다.

재정특위에 따르면 2016년 귀속 기준 금융소득 1000만∼2000만 원 구간에 해당하는 사람은 약 31만 명. 기존 2000만 원 이상 신고인원 약 9만 명에 더해 과세 대상자가 약 40만 명으로 크게 늘게 된다.

재정특위 관계자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세금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세금을 더 내도록 하고 다른 소득에 대한 세금과의 형평성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특위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낮출 경우 세수가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해 추정치는 내놓지 않았다. 재정특위 관계자는 “기준금액을 낮출 경우 금융소득 외 소득 규모에 따라 종합소득세율 과표 구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추정은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2016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14년 귀속 기준으로 종합과세 기준을 1000만 원으로 낮추면 총 48만8000명(기존 11만3000명 포함)의 자산가가 세 부담이 평균 27만5000원 늘고 세수는 총 1343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세무법인 다솔의 분석에 따르면 연간 근로·사업소득이 2억 원, 금융소득이 1800만 원인 A 씨의 경우 지금까지는 종합과세 대상자가 아니어서 15.4%의 세율로 277만 원만 내면 됐다. 하지만 종합과세 기준이 낮아지면 1000만 원을 초과하는 800만 원이 종합소득에 합산돼 211만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A 씨와 금융소득이 같더라도 다른 소득이 많아 과세표준이 높아지면 세금도 더 늘어난다. 금융소득이 2000만 원 이상일 경우 부담해야 할 세금이 최대 308만 원(과표 구간 5억 원 이상) 늘어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강화되면 특히 이자 등에 주로 기대 생활하던 은퇴자 등은 세금이 늘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일 경우 종합소득자로 분류돼 건강보험료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해 몇 년 치 이자를 한꺼번에 받는 등 금융소득이 갑자기 늘어난 사람도 세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면 국내 저축 및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 유인을 감소시키고 해외자금 유출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과 독일은 전체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각각 20%, 25% 세율로 분리 과세하는 등 금융시장을 육성하고 자본의 국외 이탈을 막기 위해 금융소득에 대해 과세상 우대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정특위 관계자는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는다는 것은 3년 회사채 수익률(2.77%)을 기준으로 하면 금융자산만 7억 원이 넘는 부자라는 뜻”이라며 “세 부담 능력에 맞게 과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부자증세#금융소득 종합과세#기준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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