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임우선]대입제도 개편 폭탄돌리기… 정부 결정과 책임만 남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6일 03시 00분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이렇게 될 줄 알았다. 3일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 입시개편 공론화 결과’ 말이다. 공론화위는 이날 ‘시민참여단의 공론 과정은 의미 있었다. 하지만 대입제도 개편을 어째야 할진 모르겠다’로 요약되는 결과문을 발표했다. 이로써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위에 떠넘긴 일이 다시 원점인 교육부로 되돌아갔다. 1년 동안 ‘교육부와 그의 친구들’은 가성비 최악의 ‘삽질’만 한 셈이다. 아니, 이 정도면 삽질이 아니다. 처참한 교육 현장을 볼 때 ‘포클레인질’ 정도로 불러야 맞다.

4월 교육부가 처음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했을 때다. 당시 한 교육당국 관계자는 기자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정말 대입제도가 바뀔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이었다. 질문의 의도를 묻자 그는 “어떤 과정을 거쳐도 최종 정책은 현 제도에서 크게 바뀌기 어렵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이랬다.

첫째, 현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만간 다시 대대적으로 대입제도를 뒤집어야 한다. 이번에 크게 바꾸고 나서 몇 년 뒤 또 바꾸면 여론의 역풍을 감당할 수 없다. 둘째, 교육정책이 늘 그렇지만 대입제도는 특히 ‘49 대 51’의 싸움이다. 그런데 어느 한쪽의 입장을 취하면 청와대나 여당은 부담이 돼 브레이크를 걸게 돼 있다. 지난해 대입제도 개편이 어그러진 건 이 때문이다.

셋째, 교육제도란 혈관 같아서 바꾸려 한다고 바뀌지 않는다. 억지로 바꾸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막히거나 터지게 돼 있다. 모든 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가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번 개편은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당시 “그럼 도대체 왜 이 난리를 치는 거냐”고 묻자 그는 쓴웃음만 지었다.

우린 영문도 모른 채 논쟁이 낳은 또 다른 논쟁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 7월 김상곤 부총리가 취임한 뒤 2015개정교육과정에 맞춘 수능 개편 논쟁에 갑자기 김 부총리의 소신인 ‘전(全) 과목 절대평가’라는 거대 변수가 끼어들어왔다. 한 달 뒤 난데없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와 일부 과목 절대평가 중 하나를 고르라’는 수능 개편안이 나왔다. 그러자 ‘수능보다 학종이 문제’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대입제도 개편은 1년 뒤로 미뤄졌다. 그 뒤 교육부와 친구들 사이에 ‘폭탄 돌리기 대작전’이 벌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공론화위는 이번 공론화에 들어간 예산이 20억 원이라고 밝혔다. 올해 교육예산 68조5000억 원에 비하면 큰돈이 아닐 수 있다. 시민들의 아름다운 토론 과정을 지켜보는 데 그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억 원을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자유수강권 확대에 썼다면 3300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1년간 재밌는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20억 원이 자기 주머니에서 나왔다면 아무런 결론도 없는 토론 과정을 보겠다고 그 돈을 썼을까. 그러라고 낸 세금이 아니다.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해도 이건 명백한 정책 실패다. 다만 중요한 자리에 앉은 어느 누구도 이를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학부모들을 인터뷰할 때면 ‘김상곤 부총리는 왜 잘리지 않느냐’는 분기탱천한 질문을 받곤 한다. 일각에서는 누구를 새 부총리로 앉혀도 작금의 상황을 해결할 길이 없어 결자해지 차원에서 김 부총리 카드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 폭탄은 돌고 돌아 다시 그의 손안에 있다. 이제는 넘길 곳도, 넘길 시간도 없다. 김 부총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게 무엇이든 이젠 책임질 일만 남았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대입제도 개편#공론화#고교학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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