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관행 잘못이지만… 1원도 지원 안하는게 상식에 맞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0일 03시 00분


유인태 국회사무총장 입장 밝혀

지난달 16일 선임된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사진)은 언제나 거침이 없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시절 대통령 앞에서 종종 꾸벅꾸벅 졸거나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려 지금까지도 ‘엽기 수석’으로 불려 왔다. 그런 그가 국회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을 맡자마자 특별활동비 폐지 문제를 놓고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천하의 유인태가 꼼수를 부린다”는 말까지도 나왔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던 유 총장을 17일 오후 사무총장실에서 만났다.

유 총장은 공식 인터뷰는 거절했지만 특활비 논란에 대해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업무추진비나 기관운영비로 편성해야 할 돈을 특활비로 만들어 본연의 목적과 다르게 써 온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면서도 “각 당 원내대표실은 한 달에 문자메시지 보내는 데만 수백만 원씩 든다. 특활비가 사라지면 사무실 운영비가 제로가 된다. 어느 정도 보전해줄 수밖에 없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하는 주요 일문일답.

―특활비는 쓰지도 못하고 취임하자마자 폐기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나도 (취임 후) 특활비는 1원 한 장 구경 못 했다. 처음부터 완전히 동결이었으니까.”

―특활비 문제는 취임 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나.

“문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각 당 원내대표들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자기들 걸 과도하게 올려놨다. 자기들도 쓰고 부대표, 간사들에게 퍼줬다. 그리고 예산을 통제하는 기획재정부가 업무추진비나 기관운영비로 편성해야 할 돈을 마음대로 쓰기 편하다고 다 특활비로 했다. 잘못된 관행이었다.”

―처음엔 특활비를 양성화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원내대표가 월 5000만 원을 받아 다 술 먹은 게 아니다. 부대표나 간사에게 주던 돈은 없앤다고 해도 원내대표실 운영비로 들어가던 돈이 있다. 한 달에 문자메시지 보내는 데만 수백만 원 들고 다른 자잘한 지출도 많다. 올해 당장 다른 항목으로 바꿀 수 없으니 전체적으로 절반으로 줄이고 쓰더라도 영수증 처리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내년 예산에서 다른 항목으로 하더라도…. 그게 바른 방향인데 그거 갖고 또 ‘꼼수 폐지’니 뭐니 눈에 불을 켜고 난리를 쳤다.”

―어쨌든 의장단 특활비 일부만 남기겠다고 물러섰다.

“결국 두 손 든 것이지만 국회 사무처에서 고민 중이다. 예비비 등으로 국회 사무처에서 어느 정도 메워줘야 할 것 같다. 어떻게 한 푼도 안 주냐고….”

―상임위원장 월 600만 원도 없애기로 했다.

“일반 회사에서 부장이 부원들하고 밥 먹으러 가면 돈을 걷어서 내나? 가을에는 정기국회가 거의 매일 열리니 뻔질나게 밥 먹으러 간다. 예전에는 행정부에서 밥을 샀는데 지금은 금지됐으니 위원장이 내야지. 내년부턴 최소한의 밥값이라도 쓰라고 업무추진비 카드라도 줘야 할 것 같다. 또 경조사비에 특활비를 썼다고 (언론에서) 깨는데 나도 상임위원장을 해 봤지만 걸핏하면 ‘세미나 하니 화환을 보내달라’고 연락이 와 솔찬히(제법) 돈이 들어갔다.”

―기자들에게 “그거 조금 쓴다고 (폐지를) 미적대니 어쩌니 하는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고 했었는데….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 건 좋다. 그런데 특활비 명목이 잘못된 거지 원내대표실과 상임위 운영비 지원을 1원도 안 하는 게 상식에 맞나. 제발 상식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평생 진보 진영에 몸담으며 살림살이는 신경 끄고 살았을 그가 국회 살림을 책임지면서 마주친 현실이 여전히 만만치 않은 듯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특활비 관행 잘못#유인태 국회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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