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국가 예산을 올해보다 40조 원 이상 늘려 470조 원대의 ‘슈퍼 나라가계부’를 편성하기로 한 것은 기업 활력이 위축된 마당에 고용재난이 덮친 현 국면을 심각한 위기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안에는 고속도로 수소차 충전소를 대폭 늘리는 등 미래 산업을 대비하는 것과 더불어 구직촉진수당을 확대하는 정책에 이르기까지 직·간접적인 수단이 망라됐다. 하지만 대규모 예산이 배정된 분야는 대부분 단기 일자리 중심이어서 고용대란의 근본 해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우선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23조 원가량을 일자리 분야에 배정하기로 했다. 올해 예산(19조2000억 원)보다 3조8000억 원(20%)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노인과 청년, 경력단절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이 참여하는 직접일자리 사업 예산이 올해 3조2000억 원에서 약 4조 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현재 52만 개 수준인 노인 일자리를 60만 개로 늘릴 계획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10.9% 인상되는 것을 감안해 장애인 활동 지원, 아이돌봄 서비스 관련 예산도 늘리기로 했다.
중소기업이 청년을 추가로 고용할 때 재정에서 지원하는 청년추가고용 장려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도 2000억∼3000억 원 정도 증액하기로 했다.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한 청년들에게 주는 청년구직촉진수당은 졸업 후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청년으로 대상을 넓혀 2000억 원을 지원한다. 이와는 별도로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는 저소득층에는 총 200억 원 규모의 구직촉진수당이 나간다.
올해 6조2000억 원 수준이었던 실업급여는 내년에 7조4000억 원으로 19% 늘어난다. 올 상반기 실업급여 지급액이 사상 처음으로 3조 원을 넘어서는 등 예산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서다. 내년에는 실업급여 지급액이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인상되고 지급기간도 3∼8개월에서 4∼9개월로 늘어나 증액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당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삭감하려 했지만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감안해 올해 수준인 20조 원 안팎을 유지하기로 했다. 도서관 등 지역 기반시설을 만드는 지역밀착형 SOC, 도시재생사업과 주택사업 등 생활혁신형 SOC에 15조 원 이상 배정된다.
연구개발, 혁신성장 8대 선도사업 등 굵직한 항목의 예산도 늘어난다. 이른바 혁신성장을 통해 일자리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고속도로에 수소차 충전소 10곳을 조성하는 비용 200억 원 중 정부가 80억 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내 자동차 업체의 수소차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고속도로에 충전소가 없어 수소차 보급이 지지부진하다고 보고 있다. 충전소는 중부선 하남 만남의 광장 등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주요 경로에 설치된다. 400억 원이었던 수소경제 예산도 11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연구개발(R&D)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20조 원을 넘게 됐다.
정부의 예산 관련 사업이 대증요법 위주라는 비판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돈으로 생산성이 부족한 일자리를 만들어내면 고령화가 가속화할수록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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