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깜깜이’ 고수해 불신 키워… 반영률 지역-가격따라 들쭉날쭉
대치동 은마 58%, 미아동 SK 72%… 비싼집 보유자가 세금 덜 내는 셈
美, 주민에 공개… 日은 보고서 발표
정부가 올해 집값 상승분을 내년도 주택 공시가격에 최대한 반영하기로 한 가운데 공시가격이 실제 거래가격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매년 발표되는 부동산 공시가격은 비슷한 규모의 주택이라도 지역별로 시세반영률이 달라 논란이 됐다. 특히 저가 주택일수록 시세를 반영하는 비율이 높아 재산세 등을 낼 때 저소득층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 “공시가격 시세반영 비율 공개해야” 국회 논의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28일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을 공개하고 지역별로 어느 정도 시세를 반영할지 목표를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주택별로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각각 40∼90%로 차이가 있지만 산정 방법에 대해선 아직도 공식 발표된 적이 없다”며 “이를 공개해 주택별로 차등을 없애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주택 공시가격은 보유세(재산세, 종합소득세)와 거래세(양도소득세, 취득·등록세) 등 부동산 과세 기준으로 쓰인다. 이 때문에 시세반영률이 낮으면 사실상의 절세 효과가 생긴다.
올해 1월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실거래가 10억 원을 넘어선 고가 아파트들은 시세반영률이 60% 안팎에 그쳤다. 하지만 실거래 가격이 4억∼5억 원 수준인 아파트는 비슷한 크기라도 시세반영률이 70% 수준으로 집계됐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43m²)는 공시가격이 실거래가 대비 58.1%지만 비슷한 크기의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전용 84.76m²)는 72.1%다.
따라서 시세반영률을 동일하게 맞추면 고가 아파트의 세금 부담이 더 커진다. 공시가격이 일률적으로 시세의 80%에 맞춰질 경우 은마아파트는 현재 182만7600원인 재산세가 275만3040원으로 51% 늘어난다. 반면에 SK북한산시티는 18%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올해 집값 인상률까지 공시가격에 반영된다면 고가 아파트의 세금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깜깜이 시세반영’ 고수하는 당국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매년 공시가격을 발표하지만 책정 방식이나 시세반영률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올해 시세차익을 (내년) 공시가격에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지만, 일각에서 “형평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10일 국토교통 분야 관행혁신위원회도 “시세반영률이 낮고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현행 공시가격 제도를 첫 번째 혁신 과제로 꼽았다.
만약 이번 개정안대로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공개될 경우 한국도 해외와 비슷한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미국은 주정부가 경기, 세수부담 등을 고려해 부동산 공시가의 시세반영률을 결정한 뒤 주민들에게 공개한다. 일본도 정부가 공시가격을 결정한 뒤 가격 산정 방식을 보고서로 발표하고 있다. 공개를 통해 사회적 잡음을 줄이는 것이다.
한편 감정평가업계에서는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시가격 산정은 한국감정원의 의뢰를 받은 감정평가사들에 의해 진행되는데, 매년 목표가 되는 시세반영률에 맞춰 책정한다. 태평양감정평가법인의 오성범 감정평가사는 “현장에서는 공시가격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몇 년에 걸쳐 나눠 올리기도 한다”며 “일률적으로 시세반영률을 정해 한꺼번에 올릴 경우 저항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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