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규환]패러다임 바꿀 수소산업 다시 육성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0일 03시 00분


김규환 국회의원(자유한국당)
김규환 국회의원(자유한국당)
2005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내 기업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수소연료전지차를 타고 청와대를 둘러본 뒤 이렇게 말했다. “명실공히 수소전지 시대로 갑니다. 제 임기 동안 적극 밀어드리겠습니다.” 오늘날 수소는 인류가 사용할 궁극의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수소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당시 수소를 눈여겨본 노 전 대통령의 혜안은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를 떠나 마땅히 찬사를 받을 일이다. 더 나아가 참여정부는 수소경제 원년의 선포와 더불어 수소경제 육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문제는 사업성이었다. 당시 정부는 수소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민간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낮은 사업성으로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수소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언한 P사의 혜성 같은 등장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정부는 발 빠르게 P사가 수소연료전지의 개발과 보급에 필요한 제도를 마련토록 했다. 독점사업자에 대한 특혜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면서 기존 에너지회사의 반발이 거셌다. 당시 정부의 계획은 P사를 선두기업에 세워 내수시장을 개척하고 후발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일선에서는 민간기업 위주의 산업생태계 조성을 유도했다. 그리고 후방에서는 수소연료전지 설치 의무화와 분산전원 시장 확대 등을 통해 제도 개선에 앞장섰다. 정부 주도의 수소연료전지 사업은 날개를 단 것처럼 보였고 금방이라도 전 세계로 뻗어나갈 것 같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수소경제 사회의 문턱에서 문지방을 넘지 못한 채 속절없이 망설인 시간이다. 일본과 중국보다 먼저 출발했지만 현재 산업효과는 뒤로 처졌다. 한때 정부와 민간이 야심 차게 추진한 수소 육성은 꽤 오래전부터 산업화 추진의 동력을 잃었다. 전망대로 되지 않자 정부는 은근슬쩍 수소를 우선순위에서 배제했고, 수소의 산업화를 목표로 일사불란하게 헤쳐 모였던 과거 민관 조직들은 속절없이 와해됐다.

P사는 어떻게 됐을까. 정부의 수소산업 육성 의지에 맞춰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했으나 사업 수완과 뒷심 부족으로 2015년 이후 제품 생산과 사업 수주를 멈췄다. 그동안 눈덩이처럼 쌓인 적자를 버티지 못해 사업 매각까지 준비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얼마 전 정부는 수소를 국가 전략투자 부문으로 선정하고 약 1000억 원의 재정투자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무리한 탈원전 정책의 출구전략으로 빛이 바랜 수소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어떠한 의도로 정부가 다시 수소의 길을 걷고자 하는지는 상관없다. 미국은 2050년까지 수소경제 사회의 세계적 가치를 2조5000억 달러로 추산한다. 모든 산업분야에 연계되는 수소는 단순한 에너지원의 전환이 아니라 산업구조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핵심은 일관된 방향성이다. 정부는 수소산업 육성책이 장기적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새로 수소산업에 도전하려는 민간기업은 P사를 반면교사 삼아 도약의 발판을 더욱 강건히 다져 놓아야 한다. P사의 실패가 단순한 시행착오였는지, 아니면 정부 지원의 이탈에 따른 고의적인 부실 운영이었는지는 밝혀질 것이다. 잃어버린 10년. 우리는 다시 수소경제 사회의 문턱에 서 있다. 앞으로 마주할 10년에는 수소의 산업화를 향한 정부와 국회, 민간의 의지가 열매를 맺어 미래 먹거리와 국가경쟁력의 초석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규환 국회의원(자유한국당)
#수소산업#수소연료전지차#수소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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