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하반기 취업시즌이 본격 시작됐다. 그제는 금융공기업과 공공기관이 하반기 공채 필기시험을 실시한 ‘빅매치 데이’였다. 어제는 삼성의 대졸신입사원 공채를 위한 직무적합성 평가시험이 서울 등 국내 5개 도시와 미국 2개 도시에서 치러졌다.
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공부해도 인맥이 우선인 채용에 좌절감을 느낀다” “화가 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계속 공기업 준비를 해야지 어떡하느냐”며 분통과 체념이 섞인 반응을 보였다.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중이던 계약직 청년이 목숨을 잃은 사고가 그분들에게는 한몫 챙길 기회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동아일보가 취재한 한 서울교통공사 노조원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인 2012년경부터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와 당시 공사 내에서는 친인척에게 무기계약직 입사를 권하는 일이 파다했는데 2016년 구의역 사고 이후 정규직 전환이 본격화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11월 서울교통공사 특별점검을 벌였으나 비리는 없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비리는 없었지만 비리가 있다면 큰 문제이기 때문에 감사원에 감사 요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여야를 막론하고 “대체 서울시 감사실은 뭘 했기에 딴 소리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 시장이 정규직 전환이라는 치적 쌓기에 매달려 감사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지적된다.
지난해 11월 교육부 자체 조사 결과 서울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교육부 소속 공공기관에서도 서류 전형도 통과하지 못했던 전 병원장 자녀가 최종 합격하는가 하면 합격자 모두가 해당 병원 직원의 자녀인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는 이런 일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일자리 증가율이 크게 감소하면서 취업의 문이 더 좁게 느껴지는 취업시즌이다. 취업의 문이 줄어들수록 기회는 더 공정해야 한다. 채용절차마저 불공정하다고 느낀다면 취업도 못한 채 추운 겨울을 맞을 청년들의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어느 곳보다 더 공정해야 하는 공공기관에서부터 의혹이 해소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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