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차량으로 아주 편안하게 들어올 수 있었다”(남측 대표) “주인으로서 우리도 마음이 편안하다”(북측 대표)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북측의 차량 편의 제공이 화제가 됐다. 남측 대표단이 이례적으로 차량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회담장까지 갔던 것.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육군 소장)은 “오늘 비가 왔는데 차량 이용 편의 등 우리 대표단을 이렇게 극진히 환대해 주셔서 대표단을 대표해서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에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중장(한국군 소장급)은 “주인으로 온당한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아침에 비가 내리기 때문에 김도균 수석대표를 비롯해 남측 대표단이 비를 조금이라도 맞으면 이거 어떻게 양해를 구할까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어제 저녁 원래 도보로 걸어오는 것으로 돼 있는데 북남간 하는 문제인데 크게 문제될 게 있나 해서 관계자들과 토론하고 육로가 아니라 육로인데 차량으로 이동하게끔 조처를 했다”면서 웃었다.
이후 이어진 모두발언도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안 중장은 “어제까지만 해도 대결과 충돌의 첨병으로서 총부리를 맞대고 섰던 북남 군부가 오늘은 수뇌분들의 뜻을 받들어서 민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이런 사업에서 앞장서 나가고 있다”며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번영·통일이라는 이 나무를 거목으로 자라게 하는 민족사적 대업”에 “북남 군부가 일정하게 기여했다는 것에 대해 긍지를 가져야 하고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어 “북남 군부가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와 입장에서 북남 사이 제기되는 군사현안 문제를 대한다면 역사적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 이행에서 여전히 북남 군부가 선두주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도균 국정책관은 “비무장지대가 지난번에 왔을 때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야 이제 드디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이 9·19 군사합의 정신에 입각해서 비무장화 조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모습을 제 눈으로 이렇게 확인하고 나니까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남북은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초소와 화기, 탄약 철수를 전일 마무리했고 26~27일 이틀간 상호 검정을 진행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일정 절차를 거쳐 일반인의 자유왕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정책관은 이어 “9·19 군사합의 이후에 남북 군사당국이 합의서 이행을 위해 보여준 노력들은 사실은 굉장히 의미있고 또 실효적인 그런 조치들이 정상적으로 이행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이행사항을 착실히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정책관은 “철원 비무장지대 일대 화살머리고지에서 지뢰제거 작업도 아주 순조롭게 지금 진행되고 있다. 제가 북측의 작업현황을 일일 확인하면서 보니까 북측도 200여명 이상의 인원들이 부단히 지뢰제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제가 또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엊그제는 65년간 묻혀있던 유해 2구를 수습할 수가 있었다. 이런 모든 일들이 과거에는 정말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가는 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 아마 이 회담도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출발점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쯤 군사회담을 시작했고, 전체 회의는 11시 17분쯤 끝났다. 이번 회담의 주요 안건인 남북 군사공동위 구성 및 운영 방안은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의 이행을 위한 것이다.
남북은 이날 회담에서 군사공동위 위원장을 비롯해 인원 구성과 실무협의회 등 기본적인 틀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는 이날 회담에서 논의하지 않고 군사공동위로 넘길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군사공동위에서 서해 평화수역 및 시범 공동어로구역의 구체적인 경계선을 협의 및 확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남북은 또 이번 회담에서 한강 하구 관련 공동조사단 구성과 향후 일정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조사단은 남북 각각 전문가를 포함해 10여 명으로 꾸려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