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 경제 살리기가 관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일 00시 00분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국회 시정연설에서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국정 기본 방향으로 강조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경제정책 기조를 밀고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북 정책과 적폐 청산을 비롯한 대내적 정책도 큰 틀을 유지할 것임을 확인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처방, 남북관계 급가속 등을 놓고 찬반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난 1년 반 동안의 정책 방향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잘살자’는 꿈을 어느 정도 이뤘으며, 경제성장률도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들과 비교해 여전히 가장 높은 편”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발전된 나라들 가운데 경제적 불평등의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되었다”고 했다. 이제는 분배에 공을 들여야 할 때임을 강조한 것이다.

물론 복지와 분배의 중요성은 국민 누구나 같은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성장과 복지의 팽팽한 균형 대신 복지·분배를 향해 전력투구해도 좋은 단계에 와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문 대통령은 어제 “여러 해 전부터 시작된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저성장 기조가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 경제의 심각한 문제는 저성장 자체가 아니라, 성장동력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갈수록 낮아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재의 성장에 만족하며 분배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점에서 분배에 비해 성장 전략이 미흡하며, 특히 미래산업 육성 등을 위한 구체적이고 정교한 전략 제시가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보면 한국은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16위로 평균보다 다소 양호한 편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보다 9.7% 늘린 470조5000억 원 규모의 2019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설명하면서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늘리고 보편적 무상복지를 확대하는 정책기조가 더욱 강해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어제 발간한 재정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복지가 빠른 수준으로 늘면서 정부가 반드시 써야 하는 ‘고정적 의무지출’이 처음으로 전체 예산의 절반을 넘어섰다. 경제를 살려 파이를 키워야 복지비용도 지속 가능하게 부담할 수 있는 것이다.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로 가려면 함께 잘살 수 있는 물질적 토대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소득주도성장#복지#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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