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금이 세계 최고 수준 증권거래세 낮출 適期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7일 00시 00분


작년에 정부가 거둬들인 증권거래세는 6조2000억 원이다. 그나마 주식시장이 괜찮아 증권거래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이 덜했다. 올해 한국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10월 한 달간 코스피는 13.4%나 떨어져 2,000 선마저 붕괴된 바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만이 치솟는 한편 증시를 살리기 위해 거론되는 여러 가지 방안 가운데 증권거래세 폐지 혹은 대폭 인하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증권거래세 폐지 혹은 인하 주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초부터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을 제출하거나 각종 토론회에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증권거래세는 투기 방지와 세수 확대를 위해 1979년에 도입돼 1996년 이후 22년째 0.3%의 세율이 유지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대공황의 발생 원인 가운데 하나가 무분별한 주식 투기였다는 반성으로 주식 거래를 줄이기 위해 증권거래세를 도입했으나 증시가 투기장이 아닌 자본시장으로 자리를 잡아가자 각각 1960년대와 1980년대에 폐지했다. 중국 대만 등은 증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거래세를 0.1%대로 낮췄다. 영국 프랑스 등 일부 국가가 증권거래세를 아직 유지하고 있기는 하다. 한국에서 증시를 투기판으로 보는 인식은 거의 사라졌다. 더구나 자본유출까지 걱정해야 하는 마당에 미국 일본 등 주요 경쟁국들보다 한국이 더 높은 거래세를 물려야 할 이유가 없다.

증권거래세를 폐지 또는 인하해야 하는 다른 이유는 무엇보다 조세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손해를 봤는데도 거래 때마다 세금을 물리는 것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과 맞지 않다. 주식 차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증권거래세가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있다. 증시 상황이 좋지 않고 전반적인 경기가 가라앉은 지금 세율 인하 방안을 적극 검토할 만하다. 경제정책은 내용 못지않게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주식시장#조세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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