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부담 가중, 억울한 심경도… 노조가 임금체계 쥐고 흔들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5일 03시 00분


재계, 정부 수정안에 거센 반발… 영세업체 “직원 채용 이젠 포기”

정부가 24일 최저임금 시급 산정 기준에 노사 합의로 정하는 약정휴일 시간은 제외하지만 주휴 시간은 그대로 포함하기로 한 데 대해 경제단체들이 일제히 입장문을 발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가 한발 양보한 듯 수정안을 냈지만 사실상 본질에는 아무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가 노동조합의 힘이 강한 대기업에만 존재하는 소위 약정유급휴일에 관한 수당(분자)과 해당 시간(분모)을 동시에 제외키로 수정한 것은 고용노동부의 기존 입장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라며 “이번 수정안에 대해 경영계는 크게 낙담이 되고 억울한 심경마저 느낀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근로자 임금의 최저 수준 보장이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에 비춰볼 때 최저임금 준수 여부는 근로자가 실제 지급받는 모든 임금을 대법원이 판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실제 근로한 시간으로 나눠 계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2년간 최저임금이 29.1%나 인상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나 영세·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을 더 가중시킬 것”이라며 “어려운 경제 현실과 선진국에 거의 없는 주휴수당, 불합리한 임금체계 및 최저임금 산정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실제 근로하지 않은 주휴 시간까지 포함해 최저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국회 논의도 없이 시행령에 담은 점은 유감”이라며 “타당한 입법 취지와 해외 사례를 찾기 어려운 주휴수당을 폐지하는 게 여러 문제점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십수 년 동안 서서히 구축해 온 임금체계를 6개월 만에 바꾸라는 건 산업이나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것”이라며 “기업으로선 불확실성이 가장 큰 리스크인데 앞으로 노조가 급여 체계의 열쇠를 쥐고 흔들게 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영세기업은 더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경남 김해에서 용접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최기갑 씨(61)는 “정부는 안 그래도 어려운 상황을 왜 더 어렵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일감이 조금 늘어 사람을 더 채용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염희진 기자
#최저임금#노조#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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