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장비 2주 쓰고 거액 송금” 주장… 실제 확인해보니 160일 넘게 이용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성철 KAIST 총장에 대한 감사 이유로 제시한 핵심 근거인 X선 현미경 장비(XM-1) 활용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주장이 미국 측 공식 기록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신 총장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직 시절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에 XM-1 활용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송금하고 제자를 편법 지원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XM-1은 차세대 전자소자인 ‘스핀구조체’ 등의 구조를 파악하는 장비로 국내엔 없다.
본보가 2016년 하반기부터 2018년까지 2년 반 동안 XM-1을 사용한 연구자 이름과 할당 날짜가 기록된 일정표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DGIST는 이 기간 동안 연평균 160일이 넘는 장비 이용 시간을 독점 확보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기정통부가 13일 “1년에 최대 2주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2018년의 경우 DGIST의 재량으로 국내외 연구자에게 할당한 장비 이용일은 총 176일이었다. 이 가운데 LBNL의 정규 또는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두 한국인 연구자가 이용한 날(59일)과 국외 기관이 이용한 날(38일)을 제외한 순수 국내 기관 이용일은 79일이었다. 2017년도 비슷해서 DGIST에 할당된 날은 총 167일이었고 국내 기관 이용일은 84일이었다. 어느 경우든 연간 2주(14일)보다는 훨씬 많았다. 시설을 이용한 연구자는 DGIST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고려대, KA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소속 10여 명이었다.
이에 대해 신병철 과기정통부 감사담당관은 “감사 초반부터 LBNL 소장의 서명이 있는 공신력 있는 XM-1 장비 사용 명세를 DGIST 교수 및 LBNL 임모 박사에게 요구했지만 아직 오지 않았다”며 “그 대신 DGIST 연구자의 LBNL 출장 자료를 요청해 체류일을 계산한 결과 2주라는 결론을 얻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 일정표를 참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관계자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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