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희복]헌혈, 산타가 되는 10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5일 03시 00분


이희복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
이희복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
연말연시가 다가오지만 싸늘한 바깥 공기만큼이나 거리의 모습도 썰렁하다. 추위 때문인지 연말이 되면 나눔의 정을 더 따뜻하게 느낄 수 있지만 우리의 시선은 이웃과 주변을 향하지 못한 채 손바닥에 머문다. 나눔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도움의 손길을 뻗는 용기가 필요한 요즘이다. 시간과 돈을 들이는 것도 좋지만 소중한 나의 것을 나누는 것은 어떨까?

헌혈은 생명을 나누는 소중한 행위다. 그러나 헌혈의 전망은 암울하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헌혈 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반면 암과 중증질환자의 증가로 수혈의 필요성은 증가하는 추세다. 만 17∼69세 헌혈 가능 인구 중에서 30세 이상 중장년층 비율이 2022년에는 78.4%까지 늘어난다. 그러나 피 수급은 헌혈에 참여하는 10, 20대 헌혈자에게 대부분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과 군인으로 있는 우리의 아들딸들이 팔을 걷지 않으면 기성세대의 건강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방학이 있는 여름과 겨울, 군의 대외활동이 어려운 혹서기나 한겨울 혹한기가 오면 헌혈의 위기를 알리는 ‘관심’과 ‘주의’ 단계의 빨간불이 켜지는 뉴스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해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가 필요하다. 다음 세대들에게만 짐을 맡겨서는 곤란하다. 헌혈을 자주 하기 위해서 문신을 하지 않는다는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간단한 일로 사람을 돕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며 헌혈뿐 아니라 골수 기증과 통 큰 기부행위로 많은 축구팬들의 헌혈을 이끌고 있다. 가까운 이웃나라의 경우에도 우리와 정반대의 통계를 보이고 있다. 10, 20대와 30대 이상의 헌혈자 비율이 일본은 22 대 78, 대만은 33 대 67이다.

헌혈은 단순히 내 피의 일부를 나누는 행위를 넘어서 사회와 공동체, 이웃을 향한 나눔을 실천하는 고귀한 인도적인 행위다. 혈장이나 혈소판 같은 부분헌혈은 15일, 전혈의 경우 2개월에 한 번 가능하며 가까운 ‘헌혈의 집’을 방문하면 10분 내외면 된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면 문진으로 이상 유무를 확인한 후 실시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고 헌혈 후 몇 가지 건강검진까지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생명을 나눴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자녀가 있는 부모님이라면 아이들의 손을 잡고 헌혈에 참여해 보자. 아이들에게 이웃사랑과 봉사의 산 교육이 가능하다. 창밖에 눈이 내린다. 산타가 기다려지는 지금, 내가 산타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산타가 되는 시간은 10분이면 충분하다.
 
이희복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
#헌혈#혈액 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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