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리는 반도체 초호황…삼성전자 ‘비상경영’ 모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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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25일 08시 09분


메모리반도체 공급과잉 우려에 삼성전자 증설 속도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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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이 멈춰선다. 반도체 초호황이 막을 내리면서 삼성전자는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사실상 ‘비상경영’에 들어간 분위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20일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글로벌전략회의의 화두는 반도체 경기둔화로 인한 실적 후퇴였다. 김기남 부회장과 DS부문 주요 임원, 해외법인장이 모두 참여해 내년 전략을 수립하는 ‘글로벌전략회의’에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삼성전자를 먹여 살린 메모리반도체 시황 둔화와 이에 대비한 증설 속도조절 등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스마트폰과 가전사업의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반도체사업은 전사 영업이익의 약 80%를 차지한다. 반도체 의존도가 매우 높다. 반도체 시황에 따라 전사 실적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위기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잇따라 삼성전자의 실적 추정치를 하향조정하며 경고를 보내고 있다. 낸드플래시에 이어 D램 가격까지 하락하며 4분기 영업이익은 13조원대로 내려갈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최근 두 달 만에 시장 컨센서스가 2조원 넘게 내려갔다. 금융정보기관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3조8934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전분기(17조5700억원)에 비해 21%나 줄어든 수치다. 3개월만에 영업이익이 3조원 넘게 감소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고객사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 2년 만에 반도체 가격하락이 시작되자 고객사인 글로벌 IT기업들이 가격이 더 떨어질 시점을 엿보며 메모리반도체 재고 축소 움직임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큰손인 고객사들의 구매 연기로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수익성이 가장 좋은 프리미엄 제품인 서버D램을 대량구매해온 글로벌 데이터센터들이 구매 지연 전략을 펴고 있는 점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도 지난 3분기 13조6500억원에서 8조원 후반~9조원 초중반으로 급감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 News1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 News1

급한 대로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증설 속도조절에 나섰다. 증설투자를 최소화해 공급과잉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신규 생산능력 축소가 내년 2분기부터는 공급 감소 효과를 가져와 내년 1분기 저점을 찍고 시황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반도체 2공장의 생산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보수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P2-프로젝트’로 명명한 평택 2공장에 30조원 이상을 투입해 내년 상반기 완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시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투자한다는 원칙에 따라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공급량을 조절해 가격을 지지하고 수익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분기로 예정된 평택 1공장의 2층 D램 캐파(생산능력) 증설도 당초 계획이었던 4만장 추가 투자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2만~3만장을 추가 생산하고, 내년 상반기 이후 시황에 따라 증산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평택 1공장 2층 일부를 D램 라인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1층에서는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한다. D램보다 가격 하락이 빠르게 진행된 낸드플래시 역시 중국 시안 공장의 낸드플래시 투자를 연기해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글로벌전략회의에선 내년 하반기 완공되는 화성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생산라인의 고객사 확보 방안도 중점 논의됐다. 김기남 부회장은 7나노(nm,나노미터) 이하 파운드리 고객 확보 등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전 세계 반도체업계가 주목하는 삼성전자의 EUV 라인은 기술 장벽이 높아 파운드리업계 1위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뛰어들 만큼 반도체업계의 ‘변곡점’으로 꼽힌다. 미국 IBM이 최근 삼성전자에 제품 위탁생산을 맡긴 것도 IBM의 제품을 생산해온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가 7나노 EUV 공정 개발에 실패하며 공정 개발을 포기한 영향이 컸다. 이같은 EUV 공정의 높은 기술장벽으로 업계에서는 전통적 강자인 세계 1위 TSMC와 공격적 투자와 기술로드맵을 내세운 삼성전자의 양강구도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중국 화웨이와 미국 애플 등 거대 고객을 둔 TSMC에 맞서 현재 4위인 삼성전자가 세계 2위 목표를 달성하려면 대형 고객사와 높은 수율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화성의 EUV 개발라인을 둘러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한 것도 메모리반도체보다 시장이 훨씬 큰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향후 패권이 EUV 라인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EUV 개발라인을 점검한 뒤 “반도체 1등 기업이라는 자부심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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