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폐사한 야생조류의 93%는 고의적인 농약에 중독돼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위기종 등 해당 개체의 생명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환경당국이 감시활동에 나섰다.
25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1월부터 이달 18일까지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동일지역 2마리 이상 평균 26마리) 62건(1201마리) 중 28건(1076마리)을 분석한 결과, 68%인 19건(1000마리)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100마리 중 93마리 사체에서 농약이 나온 셈이다. 나머지 분석 대상인 9건(76마리)에선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명확한 폐사 원인은 드러나지 않았다. 질병, 아사, 사고사 등이 사인으로 추정된다.
주로 볍씨 등 야생조류 위 내용물과 간 등을 농약분석 전문기관에 의뢰했더니, 농약이 검출된 19건에서는 살충제 등에 사용되는 카보퓨란(Carbofuran), 펜치온(Fenthion) 등 농약 성분 13종이 확인됐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는 모두 검출되지 않았다.
농약 중독으로 인한 야생조류 집단폐사는 철새가 주로 도래하는 겨울철에 발생했다. 농약 중독으로 판명된 사례의 90%인 17건(949마리)이 올해 1~3월에 집중됐다.
농약중독으로 폐사한 야생조류는 철새가 11종 868마리로 87%를 차지했다. 가창오리(56.0%)와 떼까마귀(8.6%), 청둥오리(8.5%), 흰뺨검둥오리(8.3%)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직박구리(6.9%), 까마귀(3.4%), 비둘기류(2.9%) 등 텃새는 3종 132마리였다.
2월 당진에서는 가창오리 245마리가 한 번에 목숨을 잃었다. 이 때 위 내용물에선 치사량을 훌쩍 넘긴 카보퓨란 등 농약 성분이 나왔다. 단위무게 1㎏당 156.4㎎, 평균 60㎎) 검출됐는데 영국작물생산위원회(BCPC)에서 제공하는 치사량(무게 1㎏당 2.5~5.0㎎)보다 32~78배나 많은 양이다.
지난달 10일 울산에 발생한 떼까마귀 집단폐사체(34개체)에선 펜치온이, 이달 4일 경남 주남저수지에서 집단폐사(10개체)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큰고니에서는 터부포스(Terbufos)가 각각 검출됐다.
환경부는 “농약으로 인한 야생조류 집단폐사가 겨울철을 맞아 다시 시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농약으로 인한 야생조류 집단폐사는 해당 개체의 생명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독수리 등 상위포식자의 섭취로 2차 피해도 발생할 수 있어 주요 종의 멸종위기를 심화시키는 부정적인 영향도 미치게 된다”고 했다.
환경부는 겨울철마다 반복되는 고의적인 농약·유독물 살포로 인한 야생조류 집단폐사를 막기 위해 내년 3월까지 감시활동을 강화한다.
농약·유독물 살포로 집단폐사가 발생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검사결과를 통보하고 엄중 조치토록 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약·유독물로 야생생물을 포획하거나 죽이는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며 멸종위기 야생생물일 땐 3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정종선 환경부 자연환경보전정책관은 “농약이나 독극물이 묻은 볍씨 등을 살포하여 철새를 죽이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범법자에 대해서는 강력히 처벌하는 한편, 생태계의 귀중한 한 부분인 철새를 보호하고 공존하고자 하는 의식이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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