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사는 A 씨(42·여)는 최근 11세 아들의 타미플루 복용을 중단했다. 독감에 걸려 처방받은 타미플루를 아들에게 먹이자 환각, 환시, 환청과 같은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타미플루를 먹은 아들이 새벽에 벌떡 일어나 허공을 향해 손을 허우적대거나 “머리가 날아갈 것 같다”며 두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A 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타미플루만 먹으면 환각, 구토 같은 부작용을 겪었는데 올해는 부작용이 심하게 와서 이젠 독감에 걸리면 무조건 입원 치료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 버젓이 있는데 ‘타미플루 부작용이 입증된 바 없다’는 기사들을 보면 울화가 터진다”고 말했다.
최근 맘카페 등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타미플루 포비아(공포증)’가 번지고 있다. 특히 부산에서 타미플루를 복용한 여중생이 추락사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온라인 등에는 독감에 걸린 아이들에게 타미플루를 먹이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전업주부 강모 씨(39)의 초등학교 3학년 딸도 지난해 겨울 ‘타미플루 부작용’을 경험했다. 강 씨는 “아이가 눈을 감아도, 누워 있거나 앉아 있어도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고 울면서 헛구역질을 하며 토했다”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타미플루 부작용인 걸 알았는데 병원에서는 여기에 대한 주의를 주지 않아 화가 났었다”고 말했다.
현재 육아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타미플루 부작용’은 대부분 어지러움, 환각, 메스꺼움, 구토 증상이며 심하게는 폐렴에 걸리거나 기절하는 사례도 있다.
한 누리꾼은 “우리 애도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물을 먹다 기절했다”면서 “타미플루 말고는 독감 치료 대안이 없다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타미플루를 복용하던 우리 애는 예전에 어지럽대서 의사에게 물었더니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먹을 약이 아니라고 해서 안 먹였다”고 말했다.
타미플루를 복용한 후 22일 부산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추락해 숨진 여중생 A 양의 유족들 역시 담당 의사로부터 부작용 등에 대해 아무런 지도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월 소아와 청소년이 타미플루를 복용할 경우 적어도 이틀은 혼자 두지 않도록 하라며 각 병의원에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경찰 조사에서 담당 의사는 ‘타미플루 부작용’에 대해 아무런 지도를 하지 않았냐는 유족들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양의 사망과 타미플루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A 양이 먹다 남긴 타미플루와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는 2주 후에 나올 예정이다. A 양의 시신 부검은 유족들이 원하지 않아 하지 않기로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