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부모님 댁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A 씨는 쓰고 남는 전력과 발급받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판매하는 방법을 알아봤지만 곧 포기했다. 전력거래소에 직접 사업자로 등록하거나 1년에 2번 열리는 입찰시장에 참여해야 하는 등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년 2월부터는 A 씨처럼 소규모로 발전을 하는 사업자들은 지금보다 편리하게 남는 전력이나 REC를 판매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전기사업법 및 시행령 개정에 따라 내년 2월부터 소규모 전력중개사업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간 사업자도 자격요건을 갖추고 등록만 하면 1MW(메가와트) 이하 소규모 사업자의 전력이나 REC를 사서 전력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로 제한돼 있던 영역을 민간에 일부 개방하는 것이다. 전력은 저장하기 어려워 생산과 동시에 소비하지 않으면 버려지는 에너지다. 정부 관계자는 “중개업이 활성화되면 남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처럼 전력중개사업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린다는 ‘신재생에너지 2030’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다. 에너지 생산뿐 아니라 유통, 소비 등 전 분야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대다수 선진국은 2000년대 이후 경제 성장에도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유통이나 소비 부문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어서다.
반면 한국은 2000년대 이후에도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한국은 발전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큰 전기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다. 가정의 경우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26.7%, 백화점, 음식점 등 상공 부문의 경우 전체의 67%를 전기로 충당한다. 이 때문에 11월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권고안에서도 ‘에너지 수요관리 혁신을 통한 고효율 에너지 사회 구현’을 목표로 제시했다.
독일의 경우 2014년부터 ‘국가에너지 효율 실행계획’을 세우고 170억 유로를 투입하고 있다. 2020년까지 각 건물의 에너지효율을 매년 2%씩 개선하도록 지원하고, 건물을 신축할 때 소비효율이 좋은 건물을 지으면 낮은 금리로 금융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각 기업이 에너지 컨설팅을 받아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산업부문 에너지효율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다양한 수요관리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전력수요가 높을 때 대규모 공장, 빌딩이 수요감축요청(DR)을 받아들이고 대가를 받는 DR시장을 가정 상가 등 소규모 소비자에게까지 확산하는 ‘국민 DR’ 제도나 전기자동차의 저장전력을 이동형 전력저장장치(ESS)로 활용하는 비즈니즈 모델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조현춘 에너지기술평가원 본부장은 “에너지 유통, 소비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신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신산업이 발달하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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