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의 시리아 미군 철수 결정에 ‘기고만장’해진 터키가 곧 시리아 국경을 넘어 쿠르드족 민병대를 소탕하겠다고 공언했다.
외신에 따르면 25일 터키의 메불뤼트 카부소을루 외무장관은 기자들에게 “터키는 한다고 말한 것은 꼭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터키가 한다’고 한 것은 터키군에게 남쪽 이웃나라 시리아의 국경을 넘어 쿠르드족 주축의 시리아 반정부군을 공격하도록 명령하는 것이다.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5년부터 시리아에 파견한 2000명 정도의 미군 전원을 즉각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해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대통령의 이런 뜻에 동의할 수 없었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다음날 사임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철군 논리는 극단조직 IS(이슬람국가)가 시리아에서 퇴치된 만큼 미군이 더 이상 그곳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인데 이를 매티스 장관이 수긍하지 않은 것이다.
이후 트럼프의 철수 결정에는 시리아 IS 현황과 잔당 대응책에 관한 터키 대통령의 말이 주효했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럼프 발언 이틀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미국의 병참 지원만 있으면 우리 터키군이 시리아내 IS의 잔당을 완전히 소탕할 수 있다”고 설득해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다음날 CNN은 이런 트럼프와 에르도안의 전화통화가 14일 이뤄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트럼프의 철군 발표 닷새 전인데 14일의 양 정상 통화 날짜는 그 전 12일의 뉴스와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 많다.
12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쿠르드족 반군 YPG(인민수호대)를 시리아 북동부에서 완전히 몰아내기 위해 “터키군에게 세 번째로 시리아 국경을 넘도록 명령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미 국방부는 터키 정부에 섣불리 움직이지 말라고 공식 경고했다. 터키군의 월경 공격 타깃이 시리아 IS가 아니라 쿠르드 민병대라는 점이 주목된다.
YPG는 시리아 파견 미군이 가장 신뢰해 IS 소탕전 공조 체제를 취해온 시리아 온건 반군으로서 쿠르드족이 요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터키는 자국 ‘테러’ 조직 PKK(쿠르드노동당)의 하부 ‘테러’ 집단에 불과하다며 소탕 대상으로 지목해왔다.
트럼프와 에르도안이 통화하기 이틀 전만해도 미 국방부는 IS 세력 등 여러 부문에서 시리아 상황에 관해 터키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어 터키군의 월경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고 경고했다. 그러다 이틀만에 대통령의 완전 철군 결정이 전격 발표된 것으로 그만큼 트럼프의 결정이 일선 국방부와 조율이 되지 않는 일방적인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수 결정 후 터키에 시리아 IS 소탕전을 일임할 뜻과 함께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날 방침을 밝혔다. 25일 카부소을루 터키 외무장관이 군의 세 번째 시리아 국경 월경을 언급한 밑바닥에는 트럼프의 신임에 대한 자신감이 들어있다.
그러나 터키가 시리아 IS가 아닌 쿠르드족 온건 반군을 치기 위해 국경을 넘어 시리아를 ‘침입’할 경우 프랑스, 영국 등 미국을 제외한 서방이 그대로 용인할 것으로 장담할 수는 없다. 특히 프랑스는 미국이 철수하더라도 시리아 IS에 대한 공습 및 쿠르드 반군 지원을 계속할 의사를 명백하게 밝혀 터키의 반발을 산 상황이다.
터키군은 시리아 쿠르드족 반군을 견제하고 퇴각시키기 위해 2016년 봄과 올 1월 시리아 국경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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