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제도-규정 사전에 컨설팅
컨설팅 내용대로 업무 처리땐 개인비리 아니면 책임 안묻기로
감사 핑계로 소극행정땐 문책… 기업불편 신고센터 전국6곳 개설
감사원이 적극적으로 일하는 공직문화 조성을 위해 공무원들에 대한 ‘사전 컨설팅’ 제도를 운영한다. 여기에 업무상 저지른 실수에 대해 개인 비위가 아니라면 감사 과정에서 책임을 면제해 주는 적극행정면책 제도도 활성화해 관가의 뿌리 깊은 ‘소극적 보신 행정’ 타파에 나섰다.
최재형 감사원장(사진)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일선 현장의 공직자들이 사후적 감사에 따른 불안감에 일하기를 주저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올해 감사운영 방향을 발표했다. 최 원장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우대받아야 하는데 열심히 일하다가 외려 감사받는 상황은 없어야겠다”며 “감사원으로서 공직사회를 적극 움직일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다가 시행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사전 컨설팅은 중앙부처나 광역자치단체에서 제도나 규정 등이 불분명해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감사원이 검토해 의견을 제시하고, 컨설팅 내용대로 업무를 처리하면 향후 감사 과정에서 책임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국방부가 ‘군부대에서 구매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소모품을 구매하는 대신에 정부 구매카드를 사용해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느냐’고 문의하면 감사원이 “국고금관리법으로는 온·오프라인 구매를 별도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하는 식이다. 감사원은 이미 지난달부터 이 제도를 운영해 국방부와 공무원연금공단 등으로부터 8개 사항의 컨설팅을 신청받아 2건을 회신해 업무 편의를 도왔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향후 사전 컨설팅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한편으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적극행정면책 제도는 올해 더 주력할 방침이다. 공직자가 공익을 위해 업무를 적극 처리했을 경우 고의나 중과실, 절차적 하자가 없으면 책임을 덜거나 없앰으로써 감사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행정기관이 책임 회피 수단으로 사전 컨설팅이나 적극행정면책을 악용할 가능성도 있어 감사원 나름의 대비책도 필요해 보인다. 또 감사원이 행정기관의 적극행정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과도하게 개입할 수 있다는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감사원은 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를 핑계 삼아 소극 행정이나 부작위를 펼칠 경우에는 철저한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부처 차원에서 선제 조치가 있어야 적극 행정이 더욱 확산되고 정착될 수 있다. 장관 책임하에 소극 행정이나 부작위 행정을 문책한다는 점까지 분명히 해달라”고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소극 행정 등으로 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불편을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해 서울 경기(수원)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전국 6곳에 ‘기업불편·부담 신고센터’도 개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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