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명절에 “호칭을 바꿔보자”는 제안부터 성차별 요소에 대한 얘기들이 많았다. 빅데이터상 2016년부터 ‘친가’와 ‘외가’의 언급 비중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에는 친가 66%, 외가 34%였지만, 지난해는 친가 57%, 외가 43%로 비중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다. 명절에 친가, 외가를 모두 방문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성차별이 완화됐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이번 설 명절에도 “친가만 방문했다” “가사 분담이 이뤄지지 않았다” 등 성차별을 느꼈다는 글을 쉽게 볼 수 있었고,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사를 없애주세요” “구정과 신정을 통일하자” “부부 갈등을 일으키는 명절을 아예 폐지해 달라” 등의 요구도 있었다.
직장 내 차별에서도 ‘성차별’ 언급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비정규직’ ‘인종차별’이 있었다. 특히 관련 키워드로는 농담이나 음담패설,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등 ‘성희롱’이 가장 많았다. 그 외에 채용, 임금, 육아, 승진 등 여성들이 겪는 차별이 대부분이었다.
그 밖에도 친가와 외가에 경조사 휴가를 다르게 주는 것도 직장 내 성차별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호주제가 폐지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에선 경조휴가 규정에 조부모와 외조부모 간 차별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 동향’에 따르면 “친정에서 육아 도움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시가보다 두 배나 많았다. 이렇듯 외조부모 품에서 키워진 경우가 적지 않은데 기업들은 여전히 친가 위주의 정책을 못 벗어나고 있다. 여성이 직장에 다니는 게 당연해졌지만 일터가 제도적, 문화적으로 아직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남성들도 과거에는 무시해도 됐던 여성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소수자였던 집단이 일정 비율 이상을 넘어서려고 하면 다수 집단은 위협을 느끼며 자신의 이익을 방어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민주화나 경제성장 등 사회의 핵심 의제 뒤로 밀려 왔던 여성 젠더 이슈가 이제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정치의 변수 요소가 지역, 이념, 세대 외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젠더라는 관점에서 정치적 견해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 대학 진학률과 투표율은 여성이 남성을 앞지르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원래 여성이 남성보다 보수적이었다가 경제성장의 일정 단계에 이르면서 젠더 간 정치적 견해차가 없어지고 그 지점을 지나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여성이 남성보다 진보적이 된다. 우리가 지금 그 시점에 있다. 하지만 경제적, 정치적 기반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지위를 얻지 못한 채 여전히 차별을 겪는 이유는, 실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정책을 정하는 자리에 여전히 여성이 적기 때문이다. 제도적 문화적으로 여성을 받아들일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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