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상반기내 전부처 대상 시행, 규제 필요성 입증 못하면 폐지
비슷한 제도 있지만 규제 계속 늘어… “약속한 것도 안 없애는데 효과 의문”
정부 부처가 지침이나 고시 등 규제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해당 규제를 철폐토록 하는 ‘규제입증 책임전환제’가 6월까지 전 부처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었음에도 규제 총량이 더 늘어난 데다 정부가 폐지키로 약속한 규제마저 시한을 넘기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가 6일 내놓은 ‘2019년 기획재정부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계약 및 조달, 외환거래 분야에서 규제입증 책임전환제를 시범 추진한 뒤 이달 안으로 추진 결과를 종합해 상반기(1∼6월)에 전 부처로 확대 시행한다.
규제입증 책임전환제는 규제가 필요한 이유를 담당 부처의 공무원이 직접 증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올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이종태 퍼시스 회장이 이 같은 방안을 제안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부처가 검토하도록 지시한 내용이다.
새로 만드는 고시, 지침, 훈령의 경우 현재도 규제의 필요성을 담당 부처가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일몰이 도래한 기존 규제도 연장하려면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기존 제도와 규제입증 책임전환제의 차이점은 이미 제정된 지침 등도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 규제 개편 방식이라는 것이다. 1995년 교육부가 전체 행정규칙 5332건을 심사해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한 2639건을 폐지한 적은 있지만 이 같은 제도를 전 부처로 확대해 정례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규제가 철폐된 뒤 문제가 생길 경우 해당 공무원에 대해 면책해주는 등 후속 대책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기재부는 대한건설협회 은행연합회 등 각 분야 민간 관계자와 전문가가 중심이 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기존 행정규칙을 심의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제정 당시 취지와는 달리 불필요한 규제로 변질됐거나 향후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행정규칙까지 존치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정도의 규제 개혁이 단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의 규제개혁포털에 따르면 정부가 그동안 884건을 규제혁신 과제로 선정했지만 200건 이상은 이미 약속 시한을 넘겼다. 또 공무원들이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사실상 동일한 규제를 잘게 쪼개 일부만 폐지하거나 명목상으로만 규제를 없앨 뿐 일선 현장에서는 감사를 의식해 인허가권을 이용해 규제를 존속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편 이날 업무계획에는 경제 활력 제고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3조9000억 원 규모의 기업투자 프로젝트를 상반기 내에 조기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2월 투자의향서가 제출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경우 이달 중 조성 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192개를 선정하고 국비 8조6000억 원을 투입한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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