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지난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개설 등 남북 협력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신고하지 않고 북한에 정유제품을 가져간 데 대해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12일(현지 시간)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정부는 해당 정유제품 반출이 북한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형태가 아니었다며 ‘미신고 사유’를 설명해왔다. 하지만 전문가패널은 모든 형태의 정유제품에 대한 대북 반출은 보고돼야 한다고 못 박은 것이다.
○ 유엔 전문가패널 ‘보고 누락’ 공개 지적
전문가패널은 정부가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정유제품 이전이 이뤄졌다는 보도가 지난해 8월에 있었다며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질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남북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국 관계자들이 해당 사업의 진행만을 목적으로 정유제품을 사용했으며, 북한 측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형태의 물품 이전은 없도록 확실히 했다”고 답변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남북 협력사업 진행을 위해 33만8737kg의 정유제품을 사용했으며 남은 4039kg은 한국으로 되가져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한 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97호를 인용하며 북한의 ‘수익창출’과 관계없는 정유제품 이전이라도 유엔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의 구체적인 표현에 주목한다(note)”며 “(해당 결의안은) 대북(對北) 정유제품 이전의 보고 의무 기준을 (해당 물품의) 소유가 아닌 (소재) 영토에 두고 있으며, 임시 이전과 영구 이전의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이전 후 (물품의) 최종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관계없다”고도 했다. 반출 목적과 결과에 상관없이 ‘모든 정유제품의 대북 이전을 보고해야 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외교부도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적 검토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의 제재 우회로 막기 위한 경고 메시지”
한미 외교가에선 유엔 안보리가 패널보고서를 통해 한국에 남북 경협에서 과속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고 누락’은 비교적 낮은 수준의 제재 위반이지만 추후 더 큰 위반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문가패널이 해당 사례를 보고서에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보고서에는 한국 기업과 관계자들이 북한산 석탄을 수입하려다 적발돼 기소됐다는 내용 등이 표와 함께 상세하게 담기기도 해 한국 민간부문의 제재 위반에 대한 전문가패널의 우려스러운 인식이 대거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실제 패널이 우려하는 것은 한국 민간기업들의 제재 우회 행위다. 패널은 (불법 북한산 석탄 수입 등의) 사례가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고 보고 있으며, 한국 정부에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일종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동렬 평화외교기획단장은 14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앨릭스 웡 미 국무부 부차관보와 만나 3차 워킹그룹 회의를 진행했다. 이미 유엔 안보리 제재 면제를 받은 이산가족 화상상봉 등과 관련해 미국의 독자제재 면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은 의제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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