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이학수가 불리한 증언하자 “미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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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중 혼잣말… 檢, 재판부에 항의
재판부 “퇴정시킬수도” MB에 주의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미친놈’이라고 말하는 걸 여러 번 들었다.”

27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78) 항소심 재판. 검찰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73)의 증언을 듣고 있던 이 전 대통령이 방청석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고 재판부에 항의했다.

소환장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소심 재판에 불출석해온 이 전 부회장은 이날 법정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이 전 대통령과는 불과 2m 남짓 떨어진 거리였지만 이 전 부회장은 가림막 없이 삼성이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의 미국 소송비용을 대납한 경위를 증언했다.

이 전 부회장은 “2007년 하반기 이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송비용 요청을 듣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7)에게 보고한 뒤 돈을 주도록 지시했다”며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당시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는 사실도 고려했느냐’ ‘이 회장의 사면을 염두에 둔 행위였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도 긍정적으로 답했다. 지난해 10월 이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회장이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 등을 근거로 삼성이 대납한 소송비용 67억7000만 원 중 59억 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증언이 끝난 뒤 검찰이 재판부에 “(재판이) 다 녹음되고 있으니 따져볼 수 있다”고 하자 이 전 대통령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증언을 듣다 보면 듣기 싫고 거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밖으로) 표현하면 증언을 방해하는 것을 알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을 퇴정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재판부가 “다시 그런 말을 해선 안 된다”고 하자 이 전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이명박#das#이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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