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시 켈리(30·LG 트윈스)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됐다. ‘땅의 정령’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투구였다. 완벽에 가까운 땅볼 유도로 1피안타 승리를 챙겼다.
켈리는 5일 수원 KT 위즈전에 선발등판, 7이닝 1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109개. 4회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허용한 안타가 유일한 옥에 티라고 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LG가 13-0으로 승리하며 켈리는 시즌 2승(1패)째를 챙겼다.
이날 켈리의 승리는 구단이 기대한 자신의 장점을 완벽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뜬공 1개를 허용하는 사이 땅볼 11개를 유도해내며 ‘땅볼 머신’의 위용을 뽐냈다. 주무기인 싱커성 속구의 힘이 제대로 발휘됐다.
켈리는 첫 등판이었던 3월 2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6이닝 3실점(1자책) 퀄리티스타트로 기분 좋게 승리했다. 이때까지는 땅볼(8개)과 뜬공(6개)의 비율이 비슷했다. 다음 등판이었던 3월 30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3.1이닝 5실점으로 고전했다. 땅볼(2개)보다 뜬공(5개)이 더 많았다. 정타가 많은 건 아니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아 코스 피안타가 많았고, 4회를 채우지 못했다.
LG가 기대했던 땅볼 유도 능력은 세 번째 등판이었던 KT전에서 비로소 발휘됐다. 이날 켈리가 잡아낸 21개의 아웃카운트 중 땅볼은 무려 11개였다. 병살타가 하나 있었고, 삼진이 7개, 뜬공과 직선타가 각 1개씩 있었다. 땅볼/뜬공 비율(11.0)을 논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철저히 뜬공을 억제했다. LG 내야진도 탄탄한 수비로 별다른 실책 없이 주자를 지웠다.
켈리의 투심 패스트볼은 땅볼뿐 아니라 헛스윙 유도에도 탁월했다. 7삼진 중 투심이 결정구였던 적이 5차례였고, 다른 두 번은 체인지업으로 타자의 방망이를 끌어냈다. 3회 오태곤, 6회 유한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는 스트라이크 존 끝에 정확히 걸치는 투심으로 타자를 얼렸다.
KT는 이날 전까지 팀 타율 0.272로 리그 2위에 올라 있었다. 비록 득점권 타율은 1할대로 최하위였지만 주자가 살아나가는 것만큼은 어느 팀에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켈리의 투심에 꽁꽁 묶였다. 켈리의 완벽투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경기 후 켈리는 “유강남의 리드가 많은 땅볼을 만들었고, 내야진의 환상적인 수비가 그 타구를 아웃으로 연결했다”며 공을 돌렸다. 이어 그는 “확실히 많은 땅볼은 내 컨디션이 좋다는 상징이다.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컨디션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자평했다. 최일언 투수코치 역시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확실히 투심이 위력적”이라고 치켜세웠다.
LG는 이미 타일러 윌슨이라는 확실한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켈리까지 땅의 정령다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리그 최고의 외인 원투펀치를 갖게 된다. LG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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