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왜 국제사회에서 정부로 승인받지 못했는지를 각종 외교문서를 통해 탐구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임정 승인의 열쇠는 연합국들이 쥐었고, 그 가운데서도 미국이 핵심이었다. 미국은 국제 공동 관리하의 군정을 거친 뒤 한국을 독립시킬 계획이었고, 임정 승인의 실익이 없었다. 미국과 영국은 프랑스에서도 군정을 구상하고 있을 정도였다. 파리에 입성한 드골은 힘으로 정부 승인을 받았지만 임정은 그런 힘이 없었다. 중국의 국민당 정부는 미국 영국보다 먼저 임정을 승인하겠다는 구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관철할 힘이 없었다. 결국 임정 요인들은 광복 뒤 개인 자격으로 귀국했다.
한신대 교수인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뒤 국제법적 원칙이 된 ‘인민자결권’으로 보면 임정의 위상을 달리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인민은 외부의 간섭 없이 정치적 지위를 자유롭게 결정할 권리를 가지며, 민족 해방 단체(임정)의 주권국가 선언은 인민자결권의 정당하고 유효한 행사로 평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저자의 말마따나 소급 적용이다. 헌법이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정이 아니라 ‘임정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규정한 것도 사실이 그렇기 때문이다. 합법성보다 정당성의 관점으로 임정을 조명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정신 승리’가 냉혹한 국제정치를 직시하는 시야를 가린다면 우리는 또 얼마나 헤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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