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안병영 前부총리 집도 불타… “지나가는 차 타고 가까스로 대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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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얼른 대피하세요.”

4일 오후 8시경. 강원 고성군 원암리 자택(사진)에서 책을 읽고 있던 안병영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78)은 제자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자택 인근에서 큰 산불이 났으니 빨리 피하라는 다급한 목소리였다. 산불이 난 지 40분 이상 지난 때였다. 산불은 이날 오후 7시 17분 원암리 일성콘도 인근에서 시작됐다. 안 전 부총리의 집에서 걸어서 약 30분 거리인 곳이다.

안 전 부총리는 전화를 끊자마자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자 바람에 불씨가 날려 왔다. 멀리서는 큰 불길이 솟고 있었다. 안 전 부총리는 바로 도로까지 뛰어나가 손을 흔들었다. 마침 지나던 승용차를 얻어 타고 동네를 벗어났다. 아내는 서울에 가고 집에 없었다.

안 전 부총리는 2006년부터 아내와 함께 강원 속초에서 살다가 2008년 원암리에 집을 짓고 거처를 옮겼다. 안 전 부총리가 책을 내기 위해 2년간 준비해 온 자료들은 모두 재로 변했다. 서울의 자녀 집에 머물고 있는 안 전 부총리는 “농사지으며 글 쓰고 자연을 벗 삼아 지낼 수 있었던 보금자리가 사라져버려 허망하다”면서도 “마지막으로 달려 나가는 차 하나를 천우신조로 잡아타고 빠져나왔으니 집이 사라진 건 아무것도 아니다”며 웃었다.

고성=한성희 chef@donga.com / 고도예 기자
#강원 동해안 대형산불#고성 원암리#안병영 전 부총리#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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