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업종 비해 성과 보상 확실… 20억 넘는 증권맨 17명
채권영업-PB에 대거 포진… 이직 잦고 파격 인센티브
‘실적을 높이는 자신만의 노하우, 위기를 정면 돌파하려는 적극성, 시의적절한 이직….’
금융투자업계에서 수억 원을 받는 샐러리맨들이 털어놓은 ‘몸값 높이는 비결’은 그리 특별하지 않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2개 증권사 중 17명의 ‘증권맨’이 20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았다. 22개 증권사 사업보고서의 ‘5억 원 이상 중 상위 5명의 개인별 보수현황’에 따르면 총 100여 명의 고액 연봉자 가운데 임원이 아닌 이들도 상당수였다.
증권업계에 고액 연봉자가 많은 것은 다른 업종에 비해 성과 대비 보상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한국투자증권에서 오너인 김남구 회장보다 많은 보수를 받아 화제를 모은 김연추 전 차장(현 미래에셋대우 에쿼티파생본부장)은 급여 2억1453만 원, 성과급 21억1938만 원 등 총 23억3391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김 본부장은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등의 헤지 운용으로 회사에 큰 수익을 안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 김 전 차장을 지켜본 이들은 “20억 원이 넘는 연봉에 배가 아프기도 하지만 그가 낸 성과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가 헤지 트레이딩 하는 것을 보면 ‘신의 영역’에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 외에도 지난해 호황을 보인 채권시장 영업이나 고액 자산가의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프라이빗뱅커(PB)를 중심으로 거액의 연봉을 받은 증권맨이 많았다. KTB투자증권의 정승용 과장은 지난해 보수 총액 14억7500만 원을 받았다. 정 과장은 채권영업팀 소속으로, 기관투자가들에 채권시장에서 발행된 기업어음(CP)이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판매하는 채권 브로커리지 업무를 하고 있다. 채권과 CP 중개 영업을 담당하는 유안타증권의 임성훈 차장도 지난해 10억100만 원을 수령했다.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로 자산관리를 해주는 PB들도 고액 연봉자 명단에 자주 오른다. 특히 증권사마다 내로라하는 PB들이 대표 선수로 뛰며 각축전을 벌이는 서울 강남 지역 영업점에는 고액 연봉 수령자들이 많이 포진돼 있다. 지난해 16억2300만 원의 보수를 받은 강정구 삼성증권 영업지점장은 서울 강남 삼성타운 금융센터 WM(자산관리) 지점에서 활동하는 PB다. 신한금융투자의 이정민 강남지점장도 13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지난해 수억 원의 연봉을 받은 강남 지역의 한 PB는 “시황이 나빠져 투자 수익률이 부진하면 고객들에게 전화하기가 겁나지만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연락해 상황을 알리고 어떤 전략을 쓸 것인지 자세히 설명한다”고 높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을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특성상 이직이 잦고 대부분 연봉계약직이란 점도 고액 연봉의 원인으로 꼽힌다. 능력에 따라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그때마다 자기 몸값을 올리는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직원들이 평균 1억3535만 원을 수령하면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챙겼다. 메리츠증권은 영업직 사원 가운데 70%를 계약직으로 운영하고 이와 함께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직원들의 성과를 기여도에 따라 최대한 정확히 측정하려고 항상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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