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평균 연령 40세 황혼 파워
-4강 플레이오프 2연승 질주
-고참 역할과 관리의 중요성 부각
양동근(38) 함지훈(35) 오용준(39) 문태종(44) 아이라 클라크(44). 코트에 선 5명 나이를 합하면 200세. 한국 나이로 따지면 205세. 평균 연령으로는 불혹을 넘겼다.
5일 울산에서 열린 프로농구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 1쿼터 후반 현대모비스의 라인업이 이랬다.
수가 많고 계산이 빠르다고 하여 ‘만수’라는 별명이 붙은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나이 계산이라도 미리 하고 내보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노병들이 한꺼번에 나섰다. 하지만 그저 머릿수만 채운 건 아니다. 악착같은 수비로 경기 초반 흐름이 무척 중요한 단기전에서 분위기를 이끄는 역할을 냈다. 이들은 동시 투입은 아니었어도 번갈아 코트를 지키며 92-84 승리를 이끌었다.
현대모비스는 안방에서 2연승을 달려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단 1승만 남겼다. 역대 4강 플레이오프에서 1,2차전을 모두 이긴 23개 팀은 모두 챔프전에 올랐다. 현대모비스로서는 100% 확률을 확보한 셈이다.
유재학 감독은 “오용준과 클라크가 해준 것이 컸다”고 흐뭇해했다. 양동근은 KCC 킨을 찰거머리처럼 수비했다. 양동근의 밀착마크에 이판사판으로 던진 킨의 슈팅이 림을 갈랐지만 그건 다분히 운이 좋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결과물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정규리그와 달리 문태종이 KCC 브랜든을 막는 작은 변화를 줬다. 그 사이 체력을 아낀 함지훈은 경기 막판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노병들은 변칙적인 겹수비와 스위치 디펜스로 KCC 이정현과 브랜든의 2대2 플레이 봉쇄에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시계 형님’으로 불리는 클라크는 평소 쇼터의 멘토 역할까지 하고 있다. 훈련 파트너일 뿐 아니라 개인적인 성향이 강했던 쇼터는 클라크의 조언 아래 유 감독에게 먼저 다가가 농담을 던질 만큼 팀에 녹아들었다.
경기 용인시 현대모비스 숙소에는 가끔 라건아의 아내와 딸이 찾아온다. 클라크, 문태종, 쇼터는 마치 자신의 가족, 조카를 만난 듯 친하게 지내고 있다.
몇 분을 뛰던 공격이든 수비든 자기 역할에 올인하는 고참들의 모습은 팀 전체 조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고참들의 헌신에 적응력을 키운 쇼터가 핵심적인 해결사로 나서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건아, 이대성 박경상 등도 더욱 힘을 냈다.
흔히 고참이 인상 쓰고 벤치에 앉아 있는 팀이 좋은 성적이 나올 리 없다는 얘기가 있다.
최근 여자프로농구에서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KB스타즈 안덕수 감독은 “박지수, 쏜튼 뿐 아니라 신구 조화가 중요했다. 팀 내 최고참 정미란이 후배들을 잘 챙겨준 공로도 크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선두 두산 김태형 감독은 “고참도 실력이 있어야 한다. 다만 훈련할 때 배려는 해준다”고 남다른 용병술을 전했다.
‘국민 감독’으로 유명한 김인식 감독의 평소 발언도 기억이 난다. “팀을 잘 끌고 가려면 더그아웃에서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진 고참 관리와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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