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전 피보험자로 보험계약이 된 태아가 분만과정에서 입은 상해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보험사가 분만과정에서 상해를 입은 B양의 어머니 C씨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 채무가 없음을 확인하고 이미 지급한 보험금은 반환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의 형성 중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 존재하고, 보호 필요성도 본질적으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보호 대상”이라며 “보험기간이 개시된 이상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보험기간 중 발생한 보험사고”라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보험계약 특별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나, 원고와 피고는 계약체결 당시 보험대상자가 태아임을 잘 알고 있었다”며 “당사자 사이에 특별약관 내용과 달리 출생 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개별약정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A보험사와 C씨가 한 개별약정이 특별약관 규정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C씨는 B양을 임신 중이던 2011년 8월 A보험사와 피보험자를 ‘태아’로, 수익자를 자신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맺었다. 이후 C씨는 2012년 1월 B양을 낳았는데, B양은 분만과정에서 입은 상해로 양쪽 눈 시력을 잃고 2014년 영구장해진단을 받았다.
A보험사는 이와 관련, C씨에게 1031만여원의 보험금을 지급했으나, C씨가 해당 보험계약상 보통약관과 특별약관을 근거로 1억2200만원을 청구하자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법원에 해당 금액에 대한 지급 채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보험사는 사람은 출생 시부터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고, 해당 보험계약 특별약관이 태아는 출생 시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해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분만과정에서 B양이 입은 상해는 ‘동의 아래 이뤄진 의료행위’로 인한 것이라 보험계약 보장대상인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1,2심은 “A보험사 스스로 태아 상태인 B양을 피보험자로 보험계약을 맺은 이상 보험계약의 1회 보험료를 납부한 2011년 8월부터 B양은 피보험자가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비록 B양 또는 그 보호자가 분만을 위한 의료적 처치에 동의했다고 해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치명적 상해가 발생해 영구적 시각장해 상태에 이르는 결과까지 동의했다고 할 수는 없어 B양이 입은 상해는 해당 보험계약이 보장하는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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