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대회의 특징은 긴 러프와 어려운 코스 세팅이다. 코스의 변별력을 높여서 실수한 선수에게는 뼈아픈 대가를, 잘 친 선수에게는 큰 보상을 준다.
2019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은 다른 메이저대회와 달리 우리 선수들과 많은 인연을 맺지는 못했다. 2004년 박지은부터 유선영, 박인비, 유소연 등 4명의 우승자만을 배출했다.
7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대회 3라운드에서 가장 눈길을 모든 선수는 2명이었다. 전날 2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치며 선두로 뛰어올랐던 김인경(31·한화)과 무빙데이에서 가장 뜨거운 플레이를 펼친 고진영(24·하이트)이었다.
마지막조로 출발한 김인경은 경기 내내 고전했다. 티샷과 아이언 샷의 방향성이 흔들렸다. 많은 홀에서 어려운 파 세이브가 필요했다. 파4 3번 홀에서 보기는 했지만 꾸역꾸역 잘 버텨갔다. 파5 9번 홀에서 큰 위기가 찾아왔다. 티샷이 왼쪽으로 감겨서 나무에 맞았다. 첫 실수였다. ‘실수는 쌍둥이’라는 말처럼 그린을 노렸던 4번째 아이언 샷도 짧았다. 2번째 실수였다. 결국 주말골퍼처럼 그린까지 올리는데 5타가 필요했다.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상황으로 본다면 무너질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래도 김인경은 버텨냈다. 파4 10번 홀 버디로 스스로를 수렁에서 끄집어냈다. 이후에도 계속 홀을 노린 퍼트가 컵을 외면하는 불운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파5 18홀 버디로 힘든 하루를 마무리했다. 메이저대회 우승을 위해서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위기에도 버텨내는 강한 멘탈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이날 73타 1오버타 포함, 합계 209타 7언더파로 3라운드를 마무리한 김인경은 최종 4라운드에서도 챔피언조로 출발한다. 2012년 4라운드 18번 홀에서 30cm 퍼트를 실수해 우승을 유선영에게 넘겨준 히스토리가 있기에 김인경이 최종 4라운드에서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고진영은 출발이 너무 좋았다. 파4 4번 홀의 6m짜리 버디퍼트가 들어가는 장면은 행운을 암시했다. 2번 홀에 이어 5,6번 홀 버디로 일찌감치 선두로 올라섰다. 티샷은 똑바로 갔다. 아이언 샷도 캐디가 알려준 곳에 정확히 떨어졌다. 홀 주변 2m 이내에 공은 대부분 있었다. 10번 홀 4m 거리의 슬라이스 퍼트가 홀에 빨려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코스레코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6타를 줄이며 승승장구하던 고진영은 파3 14번 홀에서 첫 위기를 맞았다. 피칭웨지로 친 티샷이 짧았다. 물에 빠졌다. 더 긴 클럽으로 안전하게 칠 수도 있었지만 홀을 직접 노렸던 것이 실수였다. 더블보기로 홀아웃. 여기서 흔들렸던 고진영은 파4 15번 홀에서도 투온에 실패했다. 어프로치샷마저 이전과 달리 부정확했다. 애매한 위치에 떨어지며 또 보기를 기록했다.
고진영은 힘들게 벌어놓았던 3타를 2개 홀에서 까먹으며 ‘잘 나갈 때일수록 조심하라’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고진영은 파3 17번홀에서 버디를 성공시키며 결국 4타를 줄였다. 3라운드 합계 208타 8언더파 단독선두다.
챔피언조의 고진영과 김인경은 8일 최종라운드에서 ‘힘들 때는 버티고 잘 나갈 때는 조심하라’는 교훈을 안고 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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